[사설]김정남 피살… ‘공포의 폭주’ 김정은 정권교체 유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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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당국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의 여성에게 독살됐다. 2011년 12월 김정은 집권 이후 암살 위협에 떨며 싱가포르와 마카오, 말레이시아를 전전했던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의 비참한 최후다.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 처형에 이어 이복형까지 처단한 철권독재자 김정은의 반인륜적 잔인성에 새삼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무엇보다 국제공항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그 대담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북한은 1983년 미얀마 양곤에서 벌인 아웅산 테러로 미얀마로부터 단교당했다.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쯤은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권좌를 위협할 수 있는 이복형을 없애버린 것이다. 김정남은 2012년 도쿄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김정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암살 이유야 더 밝혀져야겠지만, 최근에는 김정남의 망명설, 망명정부세력과의 접촉설까지 나와 김정은을 분노케 했을 수도 있다.

더구나 김정남이 피살된 날은 북한이 ‘북극성-2형’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다음 날이다. 이동식 발사장치에서 신형 고체연료까지 장착해 가공할 정도로 발전한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를 뒤흔든 직후 보란 듯이 이복형을 살해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여론쯤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김정남은 북한의 급변사태 시 중국에서 ‘김정은의 대안’으로 모색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중화권을 떠돈 것도 중국의 비호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왔다. 김정은은 사실상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도 감수할 정도로 위험한 곡예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처형된 고위 간부는 2012년 3명, 2013년 30여 명, 2014년 40여 명, 2015년 60여 명, 2016년 140여 명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관계당국은 파악했다. 최근엔 자신의 후계자 시절부터 군부 엘리트 장악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까지 숙청했다고 한다. 철권통치의 유지를 위해 올라탄 공포열차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토록 불안하고 위험한 30대 독재자를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편안히 발을 뻗을 수 없다. 아무리 지금이 대통령의 유고 상태라 해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외교안보팀은 긴밀한 한미일 공조체제를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의 ‘체제 교체(regime change)’를 비롯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국론분열이라는 ‘내부의 적’부터 경계해야 할 때다.
#김정은#김정남#말레이시아 피살#북극성-2형#한미일 공조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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