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만찬장서 北미사일 논의… 트럼프 ‘보안 불감증’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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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참석자들 페북에 올려… 핵가방 관리 군인과 사진 찍기도
펠로시 “현장노출 변명 여지 없다”… 백악관 “통제공간서 브리핑” 해명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1일 밤(한국 시간 12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만찬장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국가안보 상황을 여러 민간인들이 쳐다보는 만찬장에서 보고받고 논의한 것을 놓고 보안 불감증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 리처드 디애가지오 페이스북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1일 밤(한국 시간 12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만찬장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국가안보 상황을 여러 민간인들이 쳐다보는 만찬장에서 보고받고 논의한 것을 놓고 보안 불감증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 리처드 디애가지오 페이스북
“세상에!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소식에 시끌벅적해지는 저녁 자리를 지켜봤다. 굉장한 경험을 했다. 현장 한가운데라니!”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 리처드 디애가지오는 만찬 도중 알려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 만찬장이 일순간 ‘공개 상황실’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같이 흥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 전화를 걸었고 (미일 정상은) 대화를 나누더니 기자회견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며 상황 설명을 곁들였다. 직접 찍은 현장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여기에는 ‘핵가방’을 관리하는 군 관계자라며 그를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포함됐다. 페이스북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장관)의 사설 e메일 사용은 이에 비하면 매우 안전해 보인다”며 ‘공개 상황실’의 보안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안 불감증’ 논란이 커지자 디애가지오는 페이스북 계정을 닫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국가 안보 사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가 민간인이 지켜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며 이는 미숙한 보안 의식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클린턴의 사설 e메일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하며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측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보좌관들이 서류와 통신장비를 챙겨오는 도중에도 웨이터들은 음식을 계속해서 날랐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워싱턴 바깥에서 국가 안보 상황이 벌어지면 보안된 장소로 옮겨 논의해야 하지만 마러라고 만찬장의 공개 상황실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 본인은 물론이고 일반 손님들도 도청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소지한 상태였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적 위기 상황을 개인 클럽 회원 무리 앞에서 다룬 것은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만찬장에선 기밀자료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안보#보안#불감증#북한#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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