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보 사령탑’ 사퇴… 美, 北核 등 현안대응 혼선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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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내통’ 의혹 플린, 25일만에 물러나
새 대북정책 주도한 핵심 브레인… 한미 안보 소통 삐걱댈 가능성
트럼프, 번지는 의혹에 ‘꼬리 자르기’… 경질 발표후 플린 사과문까지 공개
후임으론 퍼트레이어스 유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받고 취임 25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플린은 지난해 초 트럼프 캠프에 합류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안보 노선을 입안해왔고, 특히 최근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을 주도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안보 분야의 최고 핵심이었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플린이 사퇴하면서 북한 중거리미사일 발사 대응 등 미국의 외교안보 현안 대처에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발단이 된 러시아의 지난해 미 대선 해킹 개입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지 여부와 정치적 정통성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3일 뉴욕타임스(NYT)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오후 10시경 플린 보좌관에게 경질 사실을 통보했고, 한 시간 뒤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은 경질 발표 후 몇 분 뒤 플린의 사직서까지 신속하게 기자들에게 돌렸다.

정권 인수기에 수없이 많은 외국 관료와 통화했다는 플린은 “불행하게도 일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 까닭에 부통령 당선인과 (주미) 러시아대사에게 부주의하게 ‘설익은 정보’를 제공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그들도 내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플린을 전격 경질하고 ‘개인 사과문’까지 공개한 것은 이번 논란을 백악관 시스템이 아닌 플린 개인의 문제로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플린은 역대 최단기 재임한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플린은 13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의 전화 통화와 관련해 ‘불완전한 정보’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시인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 따르면 플린은 키슬랴크 대사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취한 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논의했으나, 정작 펜스 부통령에겐 “연말 인사를 나눴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안보 사령탑 교체 여부를 두고 백악관은 이날 하루 종일 고심을 거듭했다. 백악관의 경질 발표 7시간 전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플린은 대통령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고 밝혀 백악관이 정면 돌파로 방향을 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법무부가 지난달 “플린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플린의 부적절한 언행을 구실로 그를 협박(blackmail)할 수 있다”고 백악관에 경고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상황이 반전됐다. 플린이 2015년 러시아 정부의 경비 지원을 받아 모스크바 여행을 다녀왔다는 NYT의 보도도 나왔다. 대선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플린을 더 감쌀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캠프에서 안보 고문을 맡고, 지난해 11월 18일 안보보좌관에 지명돼 트럼프 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이끌었던 플린의 사퇴로 미국의 안보 정책은 흔들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인 키스 켈로그를 국가안보보좌관 권한대행으로 임명했다. 후임에는 켈로그를 비롯해 군 출신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플린의 사퇴로 그의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는 나머지 안보 투톱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한미동맹 이슈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통령 바로 옆에서 국무부 국방부 CIA 등 안보 관련 기관을 사실상 실무적으로 관장하는 만큼 한미 간 소통이 부처별로 진행되면 이전보다 소통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국무장관, 국방장관과 대화하더라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보고될 수밖에 없다. 북핵 등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면 이전보다 양국 간 주요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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