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중남미로 번지는 ‘反이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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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슬람國 인도네시아, 기독교인 주지사 노골적 반대 시위
인도, 방글라 국경에 철조망 설치… 4년간 월경 방글라人 68명 사살
파키스탄, 아프간 난민 수천명 추방… 멕시코, 중남미 출신 이민자 ‘냉대’

자국민을 미국과 유럽으로 대거 이민을 보내는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자국 내 이민자와 소수민족을 심하게 차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외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만큼 주목받지 못했을 뿐 이들 국가의 이민자와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견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국가이자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국민의 약 90%가 무슬림이지만 온건주의 이슬람과 다민족·다문화 사회를 지향해 왔다.

하지만 기독교를 믿는 중국계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 자카르타 주지사가 지난해 9월 연설에서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지 말라’는 꾸란 구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지 말라”는 발언을 해 신성모독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슬람수호전선(FPI)을 중심으로 한 보수 이슬람 단체들은 중국계가 인도네시아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중국계를 겨냥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계는 바수키 주지사가 향후 선거와 신성모독 재판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올해 설을 평소보다 조용히 보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중국이 화교들과 단합해 나라를 점령할 것’이라는 가짜 뉴스도 퍼지고 있다.

인도도 이민자를 심하게 차별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는 자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방글라데시와의 국경(약 3326km)에 철조망을 치고 있다. 2019년 완공이 목표다. 또 최근 4년 사이 국경선을 넘으려던 방글라데시인 68명을 사살했다.

종교에 따라 시민권 취득 기간을 다르게 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인도 정부는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 ‘비(非)이슬람교’를 믿는 이민자는 6년, 무슬림 이민자는 11년을 거주해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식인들은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피해 넘어온 난민 출신 이민자 수천 명을 최근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파키스탄에 거주한 기간이 10년 이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인 멕시코도 다른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인신매매나 마약 밀매 단체에 납치되거나 범죄에 희생되는 것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민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표적인 이민 국가이자 국제사회에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 반이민 정서가 지속되면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민자와 소수민족 배척 움직임이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아시아#중남미#반이민#차별#소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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