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법인세 인하’ 무산… 다국적기업 유치 차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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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 국민투표서 부결… 야당 “추가납세 부담” 주장 먹혀
EU-OECD “부결 땐 이중과세”… 외국기업 이탈 등 경제불안 증폭

법인세 부담을 낮춰 해외 다국적 기업들을 붙잡아 두려던 스위스 정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스위스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12일 실시한 세제 개편안 국민투표가 반대 59%, 찬성 41%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스위스의 주(州) 개념인 26개 칸톤이 각 지역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에 선별적으로 주 법인세 인하 혜택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폐지하는 대신 주 법인세율 자체를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칸톤별 세제 특혜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이 지주회사만 스위스에 두고 정작 기업 활동은 다른 국가에서 해 EU 회원국의 징세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세제 개혁을 압박했다. 스위스는 2019년까지 새로운 세제를 시행하겠다고 2014년 약속한 뒤 이번 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다국적 기업에 선별적으로 세제 혜택을 줄 수 없다면 주 법인세 자체를 낮춰서라도 다국적 기업을 붙잡아 두려 했던 것이다.

정부는 다국적 기업이 전체 연방 법인세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고 스위스인 15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들이 떠나면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스위스의 컨설팅업체 BAK 바젤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은 스위스 경제산출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선 반대 43%, 찬성 40% 정도로 찬반 비율이 엇비슷했지만 실제 투표에선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로이터통신은 법안이 통과되면 27억 스위스프랑(약 3조1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해 가구당 1000스위스프랑(약 115만 원)의 추가 납세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EU와 OECD는 세제 개편안이 부결되면 스위스를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스위스에 지주회사를 둔 다국적 기업에 유럽 각국이 이중과세를 할 수 있다고 압박해 왔다. 윌리 마우러 스위스 재무장관은 표결 직후 “올해 말까지 의회에 새로운 세제 개편안 초안을 제출하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은 “세제 개편안 부결은 우파의 오만에 대한 국민의 레드카드”라며 환영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스위스#법인세#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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