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우버’ 도입후 택시일자리 되레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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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연구팀, 美 주요도시 통계 분석


미국 뉴욕에서 공연 마케팅 일을 하는 그레이스 씨(30·여)는 자기 소유의 자동차가 없다. 택시가 필요할 때는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Uber) 앱을 애용한다. 그렇다고 뉴욕의 유명한 일반 택시인 옐로캡을 안 타는 것도 아니다. 그레이스 씨는 “길거리에 옐로캡이 많으면 굳이 우버를 부르지 않는다. 상황과 요금에 따라 양쪽을 번갈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평상시 가격은 우버가 10∼15% 저렴하지만 우버 요금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8∼10배까지 오를 정도로 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요금이 고정된 옐로캡이 더 유리할 때도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연구팀은 최근 “‘우버 같은 공유경제가 (옐로캡 같은) 전통경제의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란 일반적인 가설과 달리 오히려 전통경제의 일자리도 덩달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2일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그레이스 씨처럼 일종의 자영업 택시인 우버와 옐로캡 같은 회사 택시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택시 산업 규모 전체가 커지고, 그에 따라 일자리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2009년에서 2015년 사이 우버 택시가 영업을 시작한 샌프란시스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 주요 도시의 노동 관련 공식 통계를 분석한 결과 기존 회사 택시운전사 인력은 10% 정도, 우버 같은 자영업 택시운전사는 5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버 운전사들의 경우 다른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 일자리가 있으면서 ‘두 번째 직업’으로 우버를 몰기도 하기 때문에 (공식 노동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 증가폭은 더 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에 참여한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분석 결과는 회사 택시 같은 전통 산업이 우버 같은 공유경제의 발전 때문에 걱정해야 하는 건 ‘일자리의 감소’가 아니라 (효율성과 경쟁력의 약화 때문에 발생한) ‘소득의 감소’라는 점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통 회사 택시 운전사들의 소득은 우버 택시가 도입된 뒤 10% 정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우버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고객과 연결되기 때문에 비생산적인 ‘빈 차’ 운행이 (일반 회사 택시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도시의 택시 산업 실태를 분석한 우리 연구를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전통 산업의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우버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에 실질적인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호텔과 같은 전통적 숙박 산업의 적으로 여겨져 온 숙박공유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다.

시장리서치업체 STR에 따르면 에어비앤비가 시장에 뛰어든 지 8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호텔 산업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STR는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리 등 전 세계 13개 도시에서의 호텔 객실당 수익은 2016년 7월 기준 77개월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호텔 객실이 95% 이상 판매되는 일수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바닥을 친 뒤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엔 2005년의 약 5배 수준인 71일을 기록할 정도다.

보스턴글로브는 호텔 이용률이 높은 지역에서 에어비앤비 이용률도 덩달아 높게 나타났다는 STR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에어비앤비가 숙박객의 초과 수요를 감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비앤비가 호텔 수익을 훔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패트릭 메이욕 STR 선임연구원은 “에어비앤비와 호텔 수익 간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호텔 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유례없이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한기재 기자
#우버#공유경제#택시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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