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호-태-형’ 모두 4번감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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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 ‘중심타자’ 고민
‘프리미어12’ 4강전 역전타 이대호, 메이저리그 경험 있어 가장 유력
개근 김태균, 꾸준한 활약 강점… 최형우도 왼손 희소가치로 물망

‘발 야구’는 이렇게 생애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KIA 최형우(가운데)가 13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주루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 전지훈련이 시작된 이날 대표팀 선수들은 밝은 분위기에서 첫 훈련을 마쳤다. 오키나와=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발 야구’는 이렇게 생애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KIA 최형우(가운데)가 13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주루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 전지훈련이 시작된 이날 대표팀 선수들은 밝은 분위기에서 첫 훈련을 마쳤다. 오키나와=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3일. 김인식 감독은 오후 훈련 내내 구시카와 구장 배팅케이지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투수 훈련은 선동열, 송진우 두 투수코치에게 맡겨둔 채 2시간 가까이 선수들의 타격 모습을 일일이 예의 주시했다. 최선의 타선을 짜기 위한 구상 중이었다.

김 감독의 고민거리는 4번 타자다. 단기전으로 승부를 겨루는 국제대회에서는 중심 타선의 장타 한 방에 순식간에 경기 흐름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4번 타자의 역할이다.

실제로 역대 WBC 대회는 대표팀 4번 타자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1, 2회 대회 당시 4번 타자였던 이승엽(2006년), 김태균(2009년)은 각각 대회 타점왕, 홈런왕을 차지했다. 2009년 대회 당시 맹활약했던 김태균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이듬해 일본(지바 롯데)에 진출하기도 했다. 1, 2회 대회 당시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으로선 4번 타자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날 훈련을 지켜본 김 감독은 “이제 훈련 첫날인데 아직은 (누가 4번 타자가 될지) 알 수 없다”면서도 “결국 이대호, 김태균, 최형우 중에 고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김 감독은 이 3명의 컨디션을 감안해 4번 타자를 결정하겠다는 심산이다. 일찌감치 붙박이 1번 타자로 이용규를 정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대호
현재로선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이대호(35·롯데)가 4번 타자로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다. 이대호는 2015년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 당시에도 9회 역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을 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다 연봉(25억 원) 기록을 새로 쓴 이대호는 장타력은 물론이고 한미일 리그를 두루 경험해 봤다는 장점이 있다. 대회에서 만나게 될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의 공에 보다 잘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6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온 이대호가 고척구장에서 열리는 1라운드에서 4번 타자로 뛰는 것 자체가 팬들에겐 흥행카드일 수 있다.

김태균
물론 김태균(35·한화) 또한 만만치 않다. 타자로서는 유일하게 WBC 4개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김태균은 좋은 선구안을 가진, 리그를 대표하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다. 비록 장타력은 이대호에게 못 미치지만 안정성에서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김태균을 4번 타자로 기용한 2009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는 점 또한 김 감독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형우(34·KIA)도 눈여겨볼 후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늦깎이 신입생’ 최형우는 대표팀에 부족한 왼손 거포 자원이다. 김태균, 이대호를 비롯해 박석민(32·NC), 양의지(30·두산) 등 오른손 거포는 즐비한 반면 왼손 거포는 추신수(35·텍사스), 김현수(29·볼티모어)가 소속 팀의 만류로 불참하면서 최형우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최형우, 김태균은 민병헌(30·두산) 등과 함께 김 감독이 꼽은 ‘타격 컨디션이 좋은 선수’로 분류되기도 했다.

변수는 수비 포지션이다. 같은 1루수, 지명타자 자원인 이대호, 김태균 중 1루수를 꿰차는 선수가 타석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기회를 보장받게 된다. 외야수 최형우가 좁은 수비 범위 때문에 지명타자로 뛰게 될 경우 이대호, 김태균 중 한 선수가 대타로 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키나와=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김인식#이대호#김태균#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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