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제역 백신, 매뉴얼 이어 관리도 엉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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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O+A형 190만개 보유”… 실제론 38% 부족한 117만개
기한 지난 폐기대상 백신도 유통

정부가 보유한 구제역 백신 재고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낮은 항체 형성률, 접종 매뉴얼 부실에 이어 재고 현황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O형과 A형 구제역을 동시에 예방하는 ‘O+A형’ 백신의 재고는 117만5000마리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 발표(190만 마리분)보다 무려 38% 적은 물량이다. 이에 따라 소 일제접종(255만 마리) 시 부족 물량(137만5000마리분)은 정부 발표(65만 마리분)보다 배 이상 많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O+A형 백신 재고량은 당초 발표대로 190만 마리분이 맞다”고 해명하면서도 일제접종 때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사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백신 수입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3월 초 사이에 O+A형 160만 마리분을 긴급 수입하겠다고 밝혔지만 13일 현재 영국 제조사로부터 답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수입된다고 해도 수입 후 접종과 항체 형성(1, 2주일) 기간을 고려하면 3월 중순까지 방역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이날 구제역 의심 사례 2건이 추가로 나왔다. 농식품부는 보은군의 구제역 발생 농장 반경 3km 이내의 한우 농가 2곳(각각 105마리, 19마리)에서 구제역 의심 증세를 보이는 소를 발견해 정밀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사 결과는 14일에 나온다. 구제역으로 확진되면 보은군에서만 6건이 발생한 것이며, 전북 정읍시와 경기 연천군까지 포함하면 총 8건으로 늘어난다.

한편 백신 접종을 했고 항체 형성률이 높은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물 백신’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정읍에서는 유통기한이 4개월이 지나고, 이물질까지 들어간 백신이 유통되기도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폐기될 백신이 잘못 배포됐지만 소에게 접종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김재영 기자
#구제역#백신#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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