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WBC, 한국·일본엔 없는 ‘지명투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4일 05시 30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앞선 세 차례 대회에 없는 특별한 규정 하나가 있다. ‘지명투수 풀(Designated Pitcher Pool)’이다.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경우 새로운 투수의 엔트리 등록이 가능한 규정이다.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주도하는 대회다. 지명투수 제도는 빅리그로 인해 탄생한 규정이다. 시즌 전 열리는 대회 특성상 각 구단들은 주축 선수들, 특히 투수들의 차출을 꺼려한다. 시즌 개막에 맞게 몸을 만드는 선수들이 대회 탓에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려 빠르게 실전을 소화하면서 정작 시즌 때 부진하거나 부상이 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지명투수 제도는 이에 대한 ‘보완재’다. 투수 중 지명투수 몫으로 최종 엔트리에 오른 선수는 다음 라운드에서 ‘지명투수 풀’에 든 선수와 교체가 가능하다. 28인 최종 엔트리 중 2자리가 지명투수 몫이고, 지명투수 풀엔 최대 8명의 선수가 등록 가능하다.

조기 차출을 구단이 반대할 경우,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다 2라운드 혹은 최종라운드(준결승·결승) 합류로 타협할 수 있다. 주최 측도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들이 추가로 합류해 흥행몰이에 나설 가능성을 기대한다.

WBC 본선 16개국 중 ‘지명투수 풀’ 제도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캐나다 총 3개국이다. 여기에 일본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지명투수 풀을 이용하지 않겠다.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선수 교체는 없다. 처음 출발하는 멤버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이나 일본이 지명투수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역 빅리거들의 대거 불참(한국과 일본 각 1명 참가)으로 차출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선수 자체가 없다. 최종 엔트리에 든 선수들이 최고의 전력이기에 굳이 다음 라운드에서 교체할 필요가 없는 셈. 어차피 지명투수 제도를 쓰지 않아도 부상이 발생할 경우엔 50인 예비 엔트리 중에서 교체가 가능하다.

또한 ‘하나의 팀’을 강조하는 아시아의 문화적 특성상 대회 도중 선수 교체가 팀워크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일본은 이시다 겐타(요코하마) 이와사다 유타(한신) 노무라 유스케(히로시마) 사와무라 히로카즈(요미우리) 등 리그 상위급 투수들이 지명투수 풀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기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WBC가 노리는 스타들의 ‘중간투입’은 얼마나 이뤄질까. 미국은 J.A.햅(토론토), 소니 그레이(오클랜드) 등 정상급 투수들이 지명투수 풀에 즐비하지만, 흥행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다. 이외에도 도미니카공화국의 바톨로 콜론(애틀랜타)과 이반 노바(피츠버그), 베네수엘라의 헥터 론돈(시카고 컵스), 멕시코의 마르코 에스트라다(토론토) 훌리오 유리아스(LA 다저스) 등이 지명투수 풀에 이름을 올린 스타들이다. 한국과 함께 A조에 포함된 네덜란드의 정상급 마무리 켄리 잰슨(LA 다저스)이나 대만의 빅리거 왕첸밍(전 캔자스시티) 등도 지명투수 풀에 들어가면서 대표팀으로선 맞대결을 피하게 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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