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kt 이진영의 속마음 “3번째 FA는 욕심 아니냐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4일 09시 30분


올해로 프로 19년차를 맞는 이진영이 우여곡절 끝에 kt 유니폼을 다시 입고 뛴다. 착실한 몸 관리와 꾸준한 기량으로 올겨울 3번째 FA 계약에도 성공한 이진영은 후배들과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각오 하나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 | kt
올해로 프로 19년차를 맞는 이진영이 우여곡절 끝에 kt 유니폼을 다시 입고 뛴다. 착실한 몸 관리와 꾸준한 기량으로 올겨울 3번째 FA 계약에도 성공한 이진영은 후배들과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각오 하나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 | kt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야구팬들에게 감동과 환희의 추억을 선사한 WBC의 계절이 찾아오면 늘 머릿속을 스치는 남자가 있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37·kt)이다.

이진영은 2006년 초대 WBC에서 한국의 4강행을 책임지는 환상의 수비로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일본전에선 4회말 2사만루 위기를 틀어막는 다이빙 캐치로 ‘도쿄대첩’의 발판을 놓았고, 2라운드 일본전에서도 2회말 2사 2루주자의 홈 대시를 막아내는 빨랫줄 송구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때부터 ‘국민 우익수’라는 칭호는 줄곧 따라다녔고, 3회 연속 WBC에 개근하며 대표팀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WBC에는 합류하지 못한 이진영은 “한 번도 거르지 않던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WBC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대회다. 비록 뛰진 못하지만 올해 역시 기대가 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주목을 받았던 3번째 프리에이전트(FA) 계약(2년 15억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밖에서 볼 때 욕심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후배들에게 ‘몸 관리를 잘하면 3번째 FA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kt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진영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kt 이진영. 사진제공|kt
kt 이진영. 사진제공|kt

● “kt에서 선수생활 마무리하고 싶다”

-캠프가 열흘째로 접어들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떠한가.

“올해는 예전과 다르게 몸이 빨리 만들어진 느낌이다. 캠프 시작이 늦었는데도 몸 상태는 캠프 중반 정도 수준이다.”

-겨울에도 수원구장에 나가 몸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익숙한 곳 아닌가. 비록 FA 계약 전이라 kt 소속은 아니었지만, 협상을 위해 수원을 여러 차례 찾았다. 구장에 나간 김에 겸사겸사 운동도 했다. 구장에 나가지 않는 날은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했다.”

-캠프 분위기는 어떻게 느끼고 있나.

“김진욱 감독님이 새로 부임하시면서 스스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스스로 한다는 말은 운동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선수들 역시 감독님 의중을 받아들여 알아서 몸을 만들고 있다. 운동량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겨울 어려움 끝에 팀에 남았다.

“뭐, 지금은 계약이 끝난 상황이니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싶다. 주위에서 이번 계약을 두고 욕심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 두 번도 아니고 3번째 FA니까.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 몸 관리를 잘하고 기량을 유지하면 3번째 FA도 좋은 대우를 받고 성공적으로 계약할 수 있다고 말이다.”

-계약 마지막 관건은 기간이었다.

“선수로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뛰고 싶은 게 속마음이다. 그러나 구단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노장 외야수와 장기간 계약을 맺는다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량면에서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걸 떠나 kt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같은 FA 신분이던 동기생 정성훈(LG)과도 많은 비교가 됐다.

“(정)성훈이와는 오랜 친구사이이기도 하고 프로 입단(1999년)과 LG 이적(2009년)을 같은 해에 하기도 있다. 그간 비슷한 길을 걸었으니 비교가 되는 건 당연하다. 이번 겨울에도 나란히 FA 신분이라 통화도 많이 하면서 의견을 나눴다. 둘이 공통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하나였다. 야구를 조금 더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kt 이진영. 스포츠동아DB
kt 이진영. 스포츠동아DB

● “황혼기? 후배들과 경쟁 자신 있다!”

-지난 시즌은 kt 이적 첫해였다.


“사실 kt에는 생각지도 못하고 왔다. 그러나 야구는 다 똑같다. 다행히 이대형(34)과 박경수(33) 등 LG에서 인연을 맺은 동생들이 따뜻하게 받아줬다. 정말 고맙다. 덕분에 팀에 쉽게 녹아들었다.”

-이제 프로 입단 19년차에 접어든다.

“주위에선 황혼기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 생각이 많아지는 시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위로 이승엽(41)과 이호준(41), 이병규(43) 등 많은 선배들이 40대에 접어들어도 훌륭한 기량을 펼치셨다. 나 역시도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역시 후배들과 경쟁이 남아있다.

“프로 19년은 한 마디로 경쟁이었다. 그간 이겨왔기에 지금 이 자리에 버티고 있다. 후배들과 경쟁해 실력으로 진다면 내려와야 하지만 이길 수 있다는 각오로 준비하겠다.”

-잠시 주제를 바꿔 WBC 이야기를 해보겠다. WBC하면 역시 ‘국민 우익수’가 떠오른다.

“1회부터 3회 대회까지 모두 뛰었다. 그러나 이번엔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아쉽다. 올 WBC 한국대표팀을 놓고 말이 많다. 그러나 잘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09 WBC 대표 시절 이진영.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9 WBC 대표 시절 이진영.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WBC는 본인에게 어떤 대회였나.

“WBC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대회다. 개인적으로는 그간 태극마크를 달며 팬들의 사랑에 정말 많이 놀랐다. 특히 1회와 2회 대회 당시 성원을 잊을 수 없다. 국민들께서 품고 계신 야구사랑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후배들 중에서 ‘제2의 국민 우익수’를 꼽는다면.

“하하. 잘 모르겠다. 전부 다 잘해서…. 그저 모든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 대회는 1라운드가 한국에서 열리지 않나. 나 역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kt에 남은 만큼 베테랑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kt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팀이다. 앞으로 분명 더 좋은 팀이 될 거다. 내가 꼭 보탬이 돼 kt가 반등을 이뤄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4번째 FA에 대한 솔직한 마음은 무엇인가.

“음…. 4번째는 욕심 아니겠는가.(웃음) 후배들에게 양보할 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그전까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겠다.”

● kt 이진영

▲생년월일=1980년 6월 15일
▲출신교=군산초~군산남중~군산상고
▲키·몸무게=185㎝·90㎏(좌투좌타)
▲프로 입단=1999년도 신인드래프트 쌍방울 1차지명
▲프로 경력=쌍방울(1999년)~SK(2000~2008년)~LG(2009~2015년)~kt(2016년)
▲2017년 연봉=4억원
▲2016시즌 성적=115경기 타율 0.332, 10홈런, 72타점, 49득점, 123안타
▲통산 성적=1947경기 타율 0.305, 164홈런, 909타점, 911득점, 1959안타
▲대표팀 경력=2006WBC, 2006도하아시안게임, 2008베이징올림픽, 2009WBC, 2013WBC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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