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원포인트 서버’ 안준찬이 자랑스럽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4일 05시 30분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에 우리카드 안준찬은 나오지 못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의 응원은 한결같았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에 우리카드 안준찬은 나오지 못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의 응원은 한결같았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아들은 ‘원 포인트 서버’다. 주전 선수 누군가를 대신해 서브를 넣는 단 한순간을 위해 코트에서 하루 종일 준비한다. 부모님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아들을 체육관 관중석에서, 혹은 TV 모니터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린다.

우리카드 레프트 안준찬(31)의 부모님은 충남 논산에 산다. 단 몇 초를 뛸지조차 알 수 없는 아들의 플레이를 볼 것이라는 희망으로, 우리카드의 홈 코트 서울 장충체육관을 틈만 나면 찾는다. 경기가 끝나면 구단 버스에 오르기까지 몇 분의 시간, 아들을 안고 만질 수 있다. 그리고 늦은 밤 논산으로 내려간다. 그런 보람 하나로 전국의 배구장을 찾아다닌다. 그럼에도 아버지 안민홍씨와 가족(어머니 이미숙, 누나 안주희)들은 “준찬이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 아버지가 아들 준찬이에게

우리 아들 준찬이는 2015년 경북 문경에서 열렸던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서브왕과 MVP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군 공백기가 있어도, 나가면 잘 하겠구나 했는데, 손발 맞추는 선수들이 달라져서 그런지, 감독님 보는 눈이 다른 것인지, 기회를 못 잡네요. 밖에서의 부모 심정이 이런데 준찬이 심정은 어떻겠어요? 그래서 시간만 나면 위로 차원에서 직접 가보려 노력해요.

위에 형, 누나 있고 준찬이가 막내에요. 초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안했는데 중학교에 들어갈 때 배구팀(충남 논산 기민중)이 창단됐어요. “판사, 검사보다 더 되기 힘든 것이 프로선수”라고 말렸는데,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시켰어요. 고등학교도 창단팀(충남 논산 연무고), 프로도 창단팀(우리카드 전신인 우리캐피탈에서 2008~2009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 지명) 멤버였어요. 지금은 중, 고교 배구팀이 없어졌어요. 충청도 시골에서 선, 후배 없이 자기 혼자 힘으로 프로까지 간 것이 자랑스럽네요.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장했어요. 힘들었을 텐데도 힘들단 소리 안 하고 거기까지 올라갔어요.

예전에는 인터뷰도 곧잘 나왔는데 지금은 서브 1번, 블로킹 1번 하려고 넣었다 빠지니 안타까워 죽겠어요. 프로에 가서 첫해 잘했는데 그 다음해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당했고 1년간 게임을 못 뛰었어요. 운동하다 다친 적이 많아서 엄마, 아빠 가슴 졸였지만 속 안 썩이고 잘 커준 것만으로도 고맙죠.

뒤(웜업존)에 서 있는 것 보면 가슴이야 안 좋죠. 특히 TV로 볼 때는 한번도 못 보고 경기가 끝날 때도 있죠. 이제는 ‘언제 나오나’ 이런 기대 안 하고. ‘(우리카드) 아이들 모두 열심히 해라. 다치지 마라. 게임 끝나고 아들 얼굴 한번 보고 안아주고’, 그 맛으로 갑니다. 기다린다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준찬이가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더 속상하죠. 아빠는 “몸만 만들어놓고 있어라. 들어가면 실력 발휘해라” 이 말밖에 해줄 말이 없네요. 지금은 견뎌보고 있는데 ‘내년에 계약이 어찌될지….’ 웜업존 선수들도 뛸 수 있는 제도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언제까지 배구의 길을 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배구하는 동안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언젠가 배구 코트 안으로 다시 들어가 날개를 활짝 펴주길 기대합니다.

우리카드 안준찬. 사진제공|우리카드
우리카드 안준찬. 사진제공|우리카드

● 아들 준찬이가 부모님에게

부모님 항상 감사해요. 어릴 때부터 믿어주셔서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아요. 고교까지 선배 없이 운동하다 보니까 조언을 들을 일이 없어서 혼자 느끼며 경기해야 해 처음은 힘들었는데 지금은 프로에 온지 오래됐고, 어려움 없어요. 제가 부족해서 못 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뛰고 싶은 것이 선수의 마음이에요. 일단 경기 뛰고, 안 뛰고를 떠나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 김상우 감독님의 준비하라는 구체적 주문이 왔을 때, 잘하려고 신경 써요. 가족한테 기쁘게 해드린 적이 적어서, 항상 부족해서 많이 죄송해요. 현실적 효도를 떠나서 좋은 소식 많이 들려드리는 선수가 되어야하는데 못해서 아쉽죠. 30세 넘어서 더 잘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더 커졌어요. 늘 지켜봐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뵐 날이 더 많이 남았으니까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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