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사심은 경기의 일부가 아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4일 05시 45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6년 12월 14일은 축구계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처음으로 비디오판독이 시행된 것이다. 일본에서 열린 클럽월드컵에서 일어난 일이다. 전반 28분 홈팀 가시마 앤틸러스(일본)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쓰러졌다. 주심은 비디오판독 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콜롬비아)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FIFA는 올해 5월 20일부터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도 비디오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올 시즌 하반기부터 K리그에 비디오판독을 도입할 전망이다. 사실 축구는 다른 종목들에 비해 비디오판독 도입이 늦은 편이다. 비디오판독은 테니스, 크리켓, 미식축구를 거쳐 야구, 농구, 배구로 확대돼왔다.

● 오심도 경기의 일부일까?

그렇다면 스포츠에 비디오판독이 도입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오심 방지가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결정적 순간에 나온 잘못된 판정 하나로 멋진 승부가 허망하게 끝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비디오판독이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심은 ‘경기의 일부’라는 면죄부를 받아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심(誤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잘못된 판정에는 사심(私心)도 포함돼 있다. 심판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부정한 목적 때문에 일부러 잘못된 판정을 하는 것이다. 형사법의 눈으로 보면 오심은 과실(過失)의 영역에 있고, 사심은 고의(故意)의 영역에 있다.

● 보상판정은 승부조작?

사실 사심의 영역에 있는 가장 대표적 판정이 보상판정(報償判定)이다. 심판이 잘못된 판정을 해놓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상대편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경우다. 얼핏 불의(不義)를 불의로서 갚아 정의(正義)를 실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상판정은 심판이 보이는 대로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과 반대로 판정하는 것이다. 경기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 될 수도 있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꺾거나 경기의 흐름을 바꿔 멋진 승부를 망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또 형사법적으로는 선수들의 승부조작과 같은 영역에 있다. 거창하게 승패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의 영역을 벗어난 행위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보자. 투수가 브로커의 부탁을 받고 일부러 1회에 볼넷을 내면 승패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승부조작이 된다. 형법 제314조에 규정된 업무방해죄로 처벌된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승패와 관계없다고 하더라도, 경기의 극히 일부에 속하는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보이는 대로 판정하지 않고 일부러 특정팀에 유리한 판정을 하면 승부조작이 되는 것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면죄부는 더 이상 발행돼선 안 된다.

● 심판은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

공정한 법 집행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상(유스티치아상)은 한 손에는 칼,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눈을 가리고 있으며, 제우스나 포세이돈 같은 남자가 아닌 여신이다. 무슨 뜻일까? 여신은 심판이 자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또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주관과 편견에 치우지지 않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저울과 칼은 규칙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심판은 영어로 ‘Judge’로 표현된다. 판사의 영어 단어도 심판과 같은 단어인 Judge다. Judge는 정의를 뜻하는 ‘Justice’에서 나온 말로,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심판은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판정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깊은 자기성찰이 없으면 멋진 경기를 망치는 주범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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