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공할 北미사일 진화… 대선주자들 해법 안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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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새로운 전략무기 체계인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2형’이라고 어제 밝혔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체계를 이용한 신형 고체연료 지대지(地對地) 전략 미사일이라는 주장이다. 액체연료 엔진은 발사 전 연료를 주입해야 해 정찰위성 등으로 발사 징후를 포착할 수 있지만 고체연료 엔진은 사전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간 한국이 북핵에 대비해 2020년대 초반까지 구축하기로 했던 선제타격용 ‘킬 체인(Kill Chain)’과 ‘4D 작전계획’도 무력화시킬 우려가 커진 것이다.

그런데도 군은 12일 오전 북 미사일을 ‘노동급’으로 추정했다가 오후에 ‘무수단급 개량형’으로 수정하고 어제 북 발표 뒤에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확인했다. 뭘 쐈는지조차 제때 파악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군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김정은은 ‘위력한 핵공격 수단이 또 하나 탄생’한 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고 한다. 실제로 북이 이번 발사를 “사거리 대신 고도를 높이는 고각 발사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한 부분이 예사롭지 않다. 북이 우리를 겨냥해 고각 발사를 할 경우 탄두의 낙하 속도가 마하 10이나 돼 마하 4, 5 정도를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경우 고도 40∼150km 구간에서 마하 8의 속도로 낙하하는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고, 정면으로 오는 미사일은 낙하속도 마하 14까지도 요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부 대선주자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 KAMD의 조기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국민의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취임 후 북의 첫 도발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대응이 예상됐지만 지금까지는 ‘절제된 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견에서도 “일본을 100% 지지한다”고만 했지, 북의 미사일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된 한국을 지키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김정은이 미국의 대응을 오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도 미국만 믿을 것이 아니라 중국이 아무리 반대해도 사드를 서둘러 도입하는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가공(可恐)할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과연 어떻게 풀 것인지 구체적인 각론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우리 목에 비수를 들이미는 상황에서도 대화와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주자들은 그것이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김정은에 굴종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부터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북한#탄도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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