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조사도 못하고 삼성에만 집착하는 특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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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 수첩이 추가로 발견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 차원에서 처분해야 할 삼성SDI 보유의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준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최순실 씨 딸에 대한 승마 지원 형태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불충분하다고 봐 기각했다. 특검이 새 혐의를 추가했음에도 혐의가 더 소명됐는지는 의문이다. 삼성 측은 합병으로 중복 계상된 부분이 있어 처분할 주식은 500만 주라는 법무법인의 자문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영장기각 주요 사유였던 박 대통령 대면조사 미비도 달라진 것이 없다. 대면조사 지연에 대한 책임이 어느 쪽이 크건 뇌물수수 혐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재용 구속영장 발부에 집착하는 특검은 이달 말 1차 수사시한이 다가오고, 수사 연장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특검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재청구된 영장마저 기각된다면 특검은 무리한 표적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수사는 더욱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그럼에도 특검이 재청구를 검토하는 것은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 사실상 박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둔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 기각된 영장을 범죄혐의가 더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운데 다시 청구하는 것은 집착에 가깝다. 특검이 뇌물죄를 확신하면 불구속으로 기소해 법정에서 다투면 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 외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등 서너 명의 고위임원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돼도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판단에 따라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소명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이 부회장을 구속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라는 구호가 난무한다. 이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격렬한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특검이 촛불집회에 기대 무리수를 둔다면 특검답지 못하다.
#박영수#특검#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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