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생애사 열전 사업’ 관광기반으로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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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80대 노인들의 근현대사 체험
도심 역사찾기-골목투어에 활용… 관광하며 세대 잇는 가교 역할 기대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최근 발간된 생애사 책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최근 발간된 생애사 책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가 올해 완료하는 생애사 열전 사업을 관광 기반 확충에 활용한다.

13일 중구에 따르면 2012년 시작한 이 사업은 30년 이상 중구에 거주하는 70, 80대 노인이 겪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 시대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5년간 83명의 이야기를 담아 78권을 출간했다. 참여 대상은 지난해부터 대구 시민으로 확대됐다. 여러 분야의 원로 예술가들도 참여했다. 책은 도서관과 대학 등에 보급해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저자가 된 17명은 향촌문화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대부분 직접 글을 썼고 일부는 대학원생 등이 구술 방식으로 정리했다. 격변기의 생활 정치 종교 교육 자료를 담고 있어 중구의 도심 역사 연구에 쓰일 예정이다.

경남 산청 출신인 박귀찬 씨(77)는 18세 때 반월당 양복점에 취직하면서 중구에 정착한 삶을 ‘양복으로 시작해서 봉사로 끝내다’(238쪽)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1967년 국제기능올림픽 대구 대회에서 2위에 입상하고 이듬해 양복점을 개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초대 지휘자를 지낸 이기홍 씨(91)와 아내 최진현 씨(87)는 ‘대구에서 음악과 동행한 삶의 자취’(201쪽)에 1950년대부터 대구에서 음악인으로 살아온 세월을 담았다. 1970년대 대구의 연초 공장 주변 이야기를 쓴 김태연 씨(85·여)는 ‘차암(참) 아름다운 세상이제’(155쪽)에서 주부로 살면서 자녀를 키운 이야기를 가족의 도움을 받아 기록했다.

중구는 올해 생애사 사업을 완료하고 도심 역사 찾기와 대구골목투어 코스 접목 등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향촌문화관 2층에는 저자들이 기증한 사진과 잡지, 재봉틀, 전화기 등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글쓰기를 지도한 박승희 영남대 국문과 교수는 “삶의 기록은 인생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의 역사를 가꾸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28일까지 생애사 열전 마지막 참가자를 모집한다. 대상은 중구의 근대 역사문화 모습을 기억하거나 특정 직업 등 생활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70대 이상이다. 모집 인원은 구술 6명과 자술 30명 등 36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홈페이지(djdrcf.or.kr)를 참조하면 된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생애사 사업은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며 “도시의 역사 관광 자원 등에 가치 있게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 생애사 열전#양복으로 시작해서 봉사로 끝내다#박귀찬#향촌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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