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분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던 ‘눈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4일 06시 57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남긴 글과 구술이 영화 ‘눈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주인공 김새론(앞줄 왼쪽)과 김향기(앞줄 오른쪽)의 연기가 절절함을 더한다. 사진제공|KBS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남긴 글과 구술이 영화 ‘눈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주인공 김새론(앞줄 왼쪽)과 김향기(앞줄 오른쪽)의 연기가 절절함을 더한다. 사진제공|KBS
■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 ‘눈길’ 시사회

김새론·김향기, 절절한 공감연기
3·1절 개봉…적지않은 반향 예고


아픈 역사를 온 몸으로 견딘 사람들에 대한 가해자의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탓일까.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한 편이 또 탄생했다. 영화 ‘눈길’이 가려진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13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한 김새론·김향기 주연의 ‘눈길’이 121분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로 완성됐다. 두 소녀에게 닥친 비극을 마주하다보면 번번이 터지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렵다. 극장가를 넘어서는, 적지 않은 반향이 예상된다.

‘귀향’의 열풍 ‘눈길’로

‘눈길’은 여러 모로 지난해 2월 개봉한 ‘귀향’을 떠올리게 한다. 조정래 감독이 연출한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두 소녀를 통해 비극적인 역사를 그려내 358만 관객을 동원했다.

‘눈길’도 비슷하다. 배경은 1944년. 시골마을 지주이자 독립운동가의 딸인 영애(김새론)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종분(김향기)은 영문도 모른 채 만주로 끌려간다. ‘지옥’으로 묘사된 그곳에서 “죽는 게 가장 쉬운 일”이라고 여기며 버티는 두 소녀의 모습은 실제로 생존해 있는 40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시선을 닿게 한다.

한 장면도 지나칠 수 없게 하는 힘을 지닌 영화는 이미 예사롭지 않은 반응도 얻고 있다. 이달 3일 투자자를 모집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고 30분 만에 목표액인 4000만원을 모았고, 증액한 3억원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13일 기준 참여율은 124%에 달한다.

● 3·1절 개봉…日 향한 외침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한다. 나이든 종분을 연기한 배우 김영옥은 “지옥에서 돌아오니 생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대사로 위안부 피해자의 ‘현재’를 드러낸다.

3·1절 개봉하는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12·28 한일 합의는 물론 부산 소녀상을 둘러싼 이슈와도 맞물린다. 극의 배경으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껏 아물지 않은 상처를 관객 앞에 꺼내 드러내기 때문이다. 정치권 등에서 일고 있는 12·28 합의 무효화 및 재협상 추진 움직임 등과 함께 일본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 역시 분명히 담았다.

연출자 이나정 감독은 2013년 류보라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2014년 촬영을 진행, 2015년 2부작 드라마로 만들어 KBS 1TV를 통해 먼저 방송했다. 이나정 감독은 “위안부 관련 영화와 연극, 그림, 책을 꼼꼼하게 살폈고, 나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많은 분이 공감하며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 김새론·김향기의 ‘공감 연기’

2000년생 동갑으로 올해 고등학교 2학년생인 주연 연기자 김새론과 김향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들이 없었다면 ‘눈길’이 완성도를 갖췄을지 의문일 정도다. 비극적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김새론에 비해 김향기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대척점에 있는 두 소녀의 희망은 시대의 아픔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절절함을 더한다.

김향기는 “역사적 사실이고 조심스러운 이야기라 굳게 마음먹고 촬영장으로 향했다”고 했다. 김새론은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표현해야 할 작품이라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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