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를 찾은 주부 이모 씨(33)는 우유 코너에서 한참 서성거리다 빈 장바구니 그대로 돌아섰다. 한 병(900mL)에 4500원인 무항생제 우유와 팩에 든 아기용 멸균 우유 중 뭘 살지 고민하다 둘 다 선택하지 않은 것. 이 씨는 “생후 14개월 된 아들이 얼마 전부터 생우유를 먹기 시작했는데, 구제역에 오염됐을까 봐 어떤 우유를 사야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양천구의 한 백화점 식료품 매장을 찾은 주부 김모 씨(36)는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를 피하기 위해 집유 지역을 확인한 뒤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제역 확산으로 우유를 사 먹어도 괜찮은지 불안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극히 낮고, 고온 가열하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설명이지만 불안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서 가족과 함께 장을 보던 주부 박연지 씨(37)는 장바구니에 1L짜리 멸균 우유 두 팩을 집어넣었다. 박 씨는 “어른들은 큰 문제 없겠지만 7세, 5세 된 어린 딸들이 걱정돼 멸균 우유를 샀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의 비전문적인 의견들이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60∼65도 사이에서 살균 처리한 저온 살균 우유는 위험하다거나, 백신을 맞은 소의 우유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형우 농촌경제연구원 축산팀장은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는 전부 살균 처리돼 안전에 전혀 이상이 없다”라며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 때문에 공포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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