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세부터 ‘노인’일까… 시민 생각 들어보니 국민 48%가 “70세 넘어야 노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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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노인 시대를 묻다]법적 기준 상향엔 찬반 팽팽
<上> 우리는 ‘노인’을 어떻게 보나

《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 이제는 금지어입니다.” 최근 노인복지회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철수 할아버지’ ‘영희 할머니’ 식으로 부르면 대뜸 “○○○ 씨로 불러라”고 말하는 고령층이 많다고 한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정부 차원의 논의가 올해 본격화된다. 동아일보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량(48.7%)은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준을 바로 상향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에는 반대도 많았다. 》
 

한국인 절반은 ‘70세’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노인 연령 기준(만 65세)보다 다섯 살 많다. 정부는 올해부터 노인 연령 기준을 올려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과 복지 비용을 줄이고 저출산 심화로 줄어든 생산가능인구를 보충하기 위해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노인 나이를 보는 시각의 변화 △노인 연령 기준 상향과 정년 연장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의 목소리 등을 여론조사와 함께 심층 분석해 봤다.

○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찬반 팽팽

“아직도 ‘할머니’란 호칭이 낯설어요. 손자 앞에서나 ‘할머니’ 소리가 나오지 복지관에선 ‘회원님’으로 불리죠.” 주부 강미영 씨(63·서울 노원구)의 말에는 ‘난 노인이 아니다’라는 고령층의 일반적 인식이 담겨 있다. 12일 본보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과 함께 20대(100명·남녀 각각 50명),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200명) 등 총 600명에게 ‘몇 살은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하나’라고 설문조사(1월 10∼12일)한 결과 가장 많은 43.7%가 ‘70세’라고 답했다. 노인복지법 등 현행 법적 노인 연령 기준인 ‘65세’라고 답한 이는 39.0%에 그쳤다.

특히 주목할 건 ‘70세부터 노인’이라고 답한 50대의 비율(55.0%)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40대에서는 45.0%, 30대는 49.0%, 20대는 42.0%였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중 상당수가 50대로 사회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층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 최모 씨(53·서울 마포구)는 “수년 내 노인이 되는 세대라 노인 연령 기준이 바뀐다면 그 영향이 어떻게 미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법적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조정을 놓고선 찬성(38.7%)과 반대(37.2%) 의견이 팽팽했다. 찬성 이유로는 ‘60, 70세도 충분히 건강하다’(69.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수시로 북한산을 등반하는 박모 씨(73·서울 은평구)는 “등산 가보면 힘이 남아도는 노인이 수두룩하다. 요즘은 60대가 아닌 70대도 ‘날아다닌다’는 표현을 쓸 정도”라고 말했다.

의학의 발달로 건강 수준이 향상되면서 지금 노인은 한 세대 전에 비해 약 8년 더 산다. 1970년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75.2세, 여성은 79.9세였지만 현재는 각각 83.2세, 87.4세(2015년 기준)로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법적으로 55세 이상을 지칭해온 ‘고령자(高齡者)’라는 명칭이 ‘장년(長年)’으로 바뀐다. 환갑잔치는 이미 구시대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이달 말 환갑인데…. 잔치 하면 주위에서 유난스럽다고 할 정도라 식사만 가볍게 할 겁니다.”(이모 씨·60)

노인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그만큼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65세 이상 인구(707만5518명·2017년 추계)는 전체 인구의 13.8%로,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675만1043명·13.1%)를 추월했다.

○ 노인 기준 상향 앞서 ‘노인 고용’부터

이를 반영하듯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찬성’ 중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은 ‘각종 사회비용이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52.2%)이었다. 2015년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수는 2015년 17.5명에서 2065년 88.6명으로 급증한다.

퇴직자 김모 씨(63)는 “자식 세대에 부담을 주기 싫다. 그런데 55세만 넘으면 능력과 상관없이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분위기고, 재취업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하소연은 50, 60대 이상이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조정을 반대하는 이유로 ‘노인 빈곤’(65.9%)과 ‘노인 일자리 부족’(57.0%)을 꼽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49.6%(통계청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일자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노인 취급당하는 것은 거부하면서도 연금, 대중교통 무료 등 노인 복지 혜택과 연관된 노인 연령을 높이는 데에는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린 이유이기도 하다.

퇴직자 이모 씨(66)는 “중산층조차 노후 대비 수단이 집 한 채와 연금 정도”라며 “육체적으로도 건강하니 일본처럼 마트 계산대, 주차관리 등 간단한 업무에는 노인을 우선 채용하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은퇴한 박모 씨(60)는 “은퇴 후 연금을 타거나 재취업할 때까지 생계를 지원해주면 좋겠다”며 ‘노인 취업수당’을 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령 기준 상향에 앞서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이 단절되는 일명 ‘소득 크레바스(절벽)’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초연금, 국민연금을 비롯해 교통, 공공시설 등 각종 사회복지 시스템이 65세를 기준으로 구축된 상황에서 사회 전반에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연령 상향은 고용정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등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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