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51세 초보감독 이영익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축구 하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3일 05시 45분


상대적으로 많은 50대의 나이에 K리그 구단의 지휘봉을 잡은 대전 이영익 감독은 1차 동계훈련을 진행한 경남 통영에서 살아 숨쉬는 축구를 통한 ‘축구특별시 대전’의 부활을 약속했다. 통영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상대적으로 많은 50대의 나이에 K리그 구단의 지휘봉을 잡은 대전 이영익 감독은 1차 동계훈련을 진행한 경남 통영에서 살아 숨쉬는 축구를 통한 ‘축구특별시 대전’의 부활을 약속했다. 통영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살아있는 선수, 살아있는 팀, 살아있는 대전
떠난 팬심 돌아올 수 있게 매력적인 팀 구상 중
클래식 승격 우선…대전을 다시 축구특별시로


51세. 처음으로 K리그 구단의 지휘봉을 잡은 나이다. 이영익 감독은 지난 연말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은 대전은 ‘클래식(1부리그) 재승격’을 목표로 조용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여러 클럽에서 코치를 경험했고, 오랜 시간 대전 코치를 지낸 까닭에 누구보다 내부사정을 잘 아는 이 감독을 구단이 새 수장으로 임명한 이유도 새로운 도약과 비상을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일찌감치 동계훈련에 돌입한 대전은 경남 통영에서 몸을 만든 뒤 스페인 무르시아로 떠나 담금질을 마쳤다. 이제 경남 거제에서 3차 훈련을 하면 길고 길었던 2017시즌 준비가 끝난다. 스페인 전지훈련에 앞선 통영 1차 캠프에서 만났을 때 이 감독의 목표는 간결하면서도 분명했다.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신선한 축구를 펼치겠다.”

지상과제인 ‘승격’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자신감이 가득하다. 경험 덕분이다. FC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에서 우승트로피를 안아본 터라 ‘승리의 맛’, ‘우승의 위대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상대적으로 늦게 정식 감독을 하지만 두렵지 않다. (코치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대전에서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당찬 도전을 기대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말 오랜 만에 대전으로 컴백했다.

“현역 2년차였던 1990년 럭키금성에서 K리그를 제패했다. 이후 코치 생활도 15년을 했다. 나름 많은 경험을 했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굴곡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해왔다. 대전은 충분히 매력적인 팀이다. 몰라보게 발전했고, 이를 통해 가능성과 비전을 확인했다.”

-창단 20주년이라 성과에 대한 압박도 클 텐데.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압박감도 느낀다. 더욱이 이전과는 다른 ‘매니저’ 역할을 하게 돼 중압감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너무 궁금하다. 연말 우리가 어디까지 전진해 있을지. 느낌은 좋다.”

-10년 전 코치 시절과 지금의 대전은 무엇이 달라졌나.

“환경이다. 클럽하우스도 팀 규모에 맞게 잘 지어졌다. 다만 관중이 많이 줄어들어 상당히 아쉽다. 한때 ‘축구특별시’로 불리기까지 했는데…. 그래도 영원한 외면은 아니라 생각한다. 팬들에게 공허한 약속을 하기보다는 잠시 돌아선 이들이 되돌아올 수 있도록 매력적인 팀을 구축하고 있다.”

-감독 이영익과 코치 이영익의 차이가 있다면.

“솔직히 지금도 ‘수석코치’라 생각한다. 훈련을 지도하다 나도 모르게 휘슬을 잡고 있더라. 습관을 쉽게 버릴 수는 없다. 나도, 팀도,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해야 하니까. 적어도 올 시즌은 철저히 ‘수석코치’의 마음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대전 이영익 감독.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대전 이영익 감독.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어떤 축구를 추구하나.

“현실에 맞출 필요가 있다. 재미있으면서 성적도 낸다면 더 없이 이상적이겠지만, 축구붐을 일으키려면 클래식에서 다시 싸워야 하지 않겠나. 승점을 쌓는 축구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효율적으로 이겨야 한다.”

-이기는 축구를 위한 준비는 무엇인가.

“결국 조직이다. 여기에 모든 구성원의 믿음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신뢰가 성적의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다. 없는 힘까지 끌어낼 수 있는 동력이 믿음이다. 목표도 뚜렷하고 각자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면 모든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지금 대전은 어디까지 와 있나.

“융화가 가장 필요하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뛰었더라도 베스트 자원으로 활약한 이들이 적은 편이다. 그런데 나는 분명히 약속한다. ‘정해진 베스트11은 없다’고. 새판 짜기를 하면서 누군가는 밀려날 수 있지만, ‘배제’는 없다. 누구든 준비만 돼있다면 경기에 뛸 수 있다.”

-준비의 기준을 알고 싶다.

“단순하게 기량이 아니다. 절실함이 가장 필요하다. 우리가 어려운 상대, 숱한 고비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충 뛰어서는 안 된다. 살아있는 선수, 살아있는 팀이 돼야 한다. 살아있는 대전을 만들기 위해 나도, 선수들도 헌신하고 희생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대전은 선수 스스로 만들어가는 팀이다.”

-어떤 요소가 좋은 팀을 만들어낼까.

“무엇보다 벤치의 역량이 중요하다. 선수가 가진 장점을 그대로 끌어내줄 수 있어야 한다. 각 포지션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이 있지만, 레슨 포인트가 정확해야 한다. 근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은 머리를 써야 한다. 왜 자신이 이렇게 뛰어야 하는지 명확히 방향을 읽어야 한다. 실제로 그런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

-향후 대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이제는 안정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지나친 변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꾸준한 팀의 기반을 마련할 때가 됐다. 프랜차이즈 선수들도 꾸준히 배출해야 한다. 과거 김은중(벨기에 2부 투비즈 코치), 최은성(전북현대 골키퍼 코치) 등 오직 대전만 알고 대전에서 뛰어줄 수 있는 간판도 필요하다.”

● 이영익 감독

▲생년월일=1966년 8월 30일
▲출신교=동북고∼고려대
▲선수 경력=럭키금성(1989∼1990년), LG(1991∼1995년), 안양LG(1996∼1997년)
▲지도자 경력=울산현대미포조선 코치(실업·1998∼2002년), 대전 시티즌 코치(2003∼2007년), 동북고 코치(2007∼2009 년) 및 감독(2010∼2012년), 상주상무 코치(2013 ∼2015년), 경남FC 코치(2016년), 대전 시티즌 감독(2016년 11월∼현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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