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론조사에 요동치는 대선, 비전과 콘텐츠로 승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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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2017년 대한민국 정치판이 여론조사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19%로 급등한 것이 화제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부동층도 안희정 지지율과 같은 19%였다. 향후 부동층 향배에 따라 ‘문재인 대세론’이나 ‘안희정 현상’도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신기루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도 하기 전인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어떤 정치인과 대결해도 1위를 기록했다. 이 지지율을 믿고 정치판에 뛰어든 반 전 총장은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중도하차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자신의 지지율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비해 반 토막으로 떨어진 여론조사가 나온 다음 날 나왔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야권 1위에 올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출마를 한 것도 3% 안팎으로 정체된 지지율 때문이었다.

현대정치를 여론정치라고 한다. 그러나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민심을 좇아가는 여론조사를 맹종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보다 과거와 달리 여론조사가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다. 지난해 4·13총선과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11월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여론조사는 번번이 예측에 실패했다. 유선전화가 없는 가구가 급증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나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응답률이 8∼15%에 불과하다. 지지율만 믿고 정치행보를 결정하는 것은 아마추어리즘 또는 포퓰리즘과 같은 후진적 정치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의 위력이 커지는 건 아이러니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경선, 지난해 4·13총선에서 상당수 지역구 공천을 결정한 것은 여론조사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딱 잘라 ‘대선 불출마’를 언명하지 못하는 것도 예상치 못한 높은 지지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철학과 가치관, 공약과 비전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게 여론조사의 함정이다. 정치의 모든 것을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면 정당의 기능이나 투표 절차도 필요 없다. 대선 주자는 물론이고 유권자도 여론조사의 허실을 냉철히 봐야 한다. 비전과 콘텐츠로 승부하고 선택받는 선거 풍토 확립이 절실하다.
#조기 대선#여론조사#반기문#여론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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