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짧을수록 좋은 회의?… 전체 맥락을 생략해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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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회의만 강조하다보면 요점 누락하거나 왜곡될 위험 커
업무지시땐 서론 길게 전달하되 상대따라 결론 제시법 달리해야

요즘 회사에서는 예전과 달리 효율적으로 일하고 근무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회의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소비하고 불필요한 보고서를 양산하는 과거 업무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회의는 무조건 1시간 이내로 끝내고, 회의 자료 준비는 최소화하며, 보고 자료는 무조건 한 장 이내로 만들자는 등의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해 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종종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원래 취지대로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그에 걸맞은 요령과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작정 짧게, 빨리하려다 보면 겉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제 업무를 할 때 중요한 요소들이 누락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크다.

특히 중간관리자들이 임원회의에서 나온 논의 내용을 하급 직원들에게 전달할 때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조건 빨리 일 처리를 하겠다고 머리와 꼬리는 자른 채 몸통만 전달하다가는 전체 맥락을 설명할 수 없어 부하 직원들이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팀을 대표해 임원회의에 참석한 본인이야 어떤 맥락에서 업무 지시가 내려졌는지 잘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팀원들에게 이 부분은 ‘블랙박스’처럼 미지의 사항이다. 그런데도 짧은 회의를 통해 단편적인 지시사항만 전달해 버리면 팀원들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 단순한 자료 수집이나 보고서 작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업무 지시를 내릴 때에는 처음 시작할 때 서론을 길게 전달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 대화에서 부하 직원에게 오너십을 불어넣는 데 실패하면 나중에 두 번, 세 번 다시 전달을 하더라도 상황을 되돌리기 어렵다. 처음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반적인 상황이 어떤지, 현재까지 진행된 사항은 어떠한지, 이 일에 대해 주요 의사결정권자의 언급이나 생각은 어떤지 등을 상세히 공유하는 편이 뒤로 갈수록 일을 쉽게 만드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늘 이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다. 주요 임원들은 늘 회의와 보고로 바쁘고 나 혼자만 두런두런 이 모든 사항들을 말할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매번 서론을 길게 말하다 보면 ‘장황하게 말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기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이야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는 ‘연역적’ 접근법과, 결론을 맨 끝에 제시하는 ‘귀납적’ 접근법이다. 이 두 가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야 한다.

상대방이 특정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다거나 성격이 급할 때, 또는 양자택일처럼 한정된 대안 중에 구체적으로 답을 결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연역적 말하기가 효과적이다. 즉, 서론은 생략하고 결론부터 이야기하되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되거나 상대방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 사항은 대화 말미에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면, 상대방이 처음 들어 보는 문제이거나 조심스러운 성격일 때, 혹은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결책을 예상하기 힘들 때에는 서론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귀납적 접근법이 좋다. 상대방의 성향과 사안의 특성을 적절히 고려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취해야 진정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일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정수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jungsu.kim@aramco.com
#회의#시간#효율#근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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