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명인열전]美서부 도보 종단 등 행복해지기 위해 꿈을 좇는 26세 모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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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대학생서 모험가 변신 이우찬씨

멕시코 국경을 출발한 지 160일 만에 4285km를 걸은 끝에 태평양 능선 종주 트레일 캐나다 국경 종점에 선 이우찬 씨. 이우찬 씨 제공
멕시코 국경을 출발한 지 160일 만에 4285km를 걸은 끝에 태평양 능선 종주 트레일 캐나다 국경 종점에 선 이우찬 씨. 이우찬 씨 제공
‘미국 서부 태평양 능선 4285km 도보 종단, 미국 동서 6000km 자전거 횡단, 러시아 시베리아 자동차 횡단.’

스물여섯 살 대학생 이우찬 씨(전북대 무역학과 휴학 중)가 최근 2년 사이에 도전해 이룬 성과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이라고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가본 중국이 전부였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겁 많고 숫기 없어 남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고 무대 공포에 공황장애까지 겪던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해 50차례나 강연하고 ‘일단 부딪쳐 보자’는 정신으로 무장된 ‘젊은 모험가’로 변신했다.

○ 소심한 대학생에서 모험가로

PCT(Pacific Crest Trail·태평양 능선 트레일)는 미국 서부 태평양을 따라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4285km를 걷는 도보여행 코스다. 해발 1000∼4000m 사이를 끝없이 오르내리며 거친 등산로와 눈 덮인 고산지대, 시에라네바다 산맥 등 아홉 개의 산맥과 사막, 광활한 화산지대까지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자연환경을 경험한다. 곰과 코요테 등 짐승들이 수시로 출몰할 뿐 아니라 인적을 찾기 힘든 절대 고독의 공간이다. 육체적 한계는 물론이고 포기하고 싶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완주할 수 있는 세계 3대 극한 도보여행 코스 중 하나다.

이 씨는 지난해 ‘악마의 코스’로 불리는 PCT를 완주했다. 5월 2일 멕시코 국경 지역인 캠포를 출발한 지 160일 만에 캐나다 국경 매닝파크에 도착했다. 이 씨의 극한 도전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처음 8명으로 계획했던 팀은 예산 문제로 2명으로 줄었다. 사진작가 황재홍 씨(26)가 유일한 동행이었다. 후원요청서를 들고 수많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정치인을 찾아다녔다. 전북대 총동문회와 지도교수의 소개로 알게 된 유지들의 후원, 크라우드 펀딩으로 경비 1000만 원을 겨우 마련했다. 걷기 첫날 무릎과 근육 통증으로 출발지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미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한 그였지만 초등학생 키만 한 배낭을 메고 하루에 10시간씩 산악지형 30∼40km를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땀에 젖은 몸을 4, 5일 동안 씻지 못하고 끝없이 달려드는 모기떼를 쫓는 일은 그나마 견딜 만했다. 텐트 밖에 놔둔 배낭을 밤중에 곰이 물고 가 갈기갈기 찢어 놓기도 했고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발목이 부어올라 서 있기조차 힘든 상황이 됐을 때는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사막지역을 지날 때 낮에 영상 40도를 넘던 기온은 밤이면 영하로 곤두박질쳤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외로움과 그리움이었다. 가족과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 밤에 텐트에서 홀로 눈물짓기도 했다.

○ ‘매 순간 행복해지자’

앞서 이 씨는 2015년 5월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6000km를 60일 동안 자전거로 횡단했다. 비상금 100만 원만 들고 무작정 떠난 첫 배낭여행이었다. 비행기표와 자전거는 국내 한 여행사와 자전거 업체의 후원을 받았다. 함께 갔던 친구가 중간에 건강이 나빠져 귀국하면서 수많은 난관과 외로움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 중 만난 현지 주민과 모험가들은 한결같이 그를 도와줬다.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고 텐트를 치라며 마당을 내주기도 했다. 미국 자전거 횡단을 마친 뒤에는 러시아로 건너가 서쪽 끝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만1000km 자동차 횡단에 나섰다. 중간에 큰 교통사고가 나 바이칼 호수 부근 이르쿠츠크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와 안전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 기중한 기회였다. 그는 올해 그동안의 모험을 책으로 정리해 펴낼 계획이다. 여행 정보보다 도전 과정에서 느낀 단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낼 생각이다. 고교와 대학을 찾아 강연도 계속할 계획이다. 청춘들에게 도전의 소중함과 성취의 희열을 전하고 싶어서다. 그는 불러주지 않으면 기획안을 들고 직접 학교와 청춘들의 공간에 찾아간다.

“사람마다 입장과 생각, 환경이 다릅니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정규직 취업, 대기업 입사 등 사회가 강요한 비슷한 목표를 좇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저 같은 모험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내년에 복학해 학교를 마친 뒤에는 비행기 조종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조종사가 최종 목표가 될지는 자신도 잘 모른다. 그래도 일단 꿈을 향해 달려가기로 했다. 매 순간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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