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절반이상 4분기 어닝쇼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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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서프라이즈 기업보다 3배 많아… 자동차-화장품 울고 반도체 웃고

기업들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 시즌’이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의 절반 이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수확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 83곳 중 45곳(54.2%)이 시장 기대치 평균을 10% 이상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어닝 쇼크’ 기업은 시장 기대치보다 10% 이상 높은 실적을 내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기업 15곳(18.1%)의 3배이다. 나머지 23곳(27.7%)은 기대치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자동차와 화장품 등 업종에서 어닝 쇼크가 두드러졌다. 자동차 업종은 지난해 장기 파업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거세진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내린 뒤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세계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슈퍼사이클(Super Cycle)’에 진입한 반도체 업종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각각 11.2%, 13.4%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4분기는 그해 실적을 마감하는 시기다. 새로운 해가 되기 전 일회성 비용이나 누적 손실 등을 한 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가 빈번해 다른 분기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경향을 보인다.

증권업계는 이를 감안하더라도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고,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규 KB증권 선임연구원은 “어닝 쇼크 종목이 다음 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기 쉽지 않다. 기업들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기업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매출 확대에 따른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에 의한 ‘불황형 흑자’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높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매출 10조 원 이상인 12월 결산 46개 상장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04조9144억 원으로 전년보다 15.5% 늘었다. 하지만 이들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은 1372조3809억 원으로 같은 기간 5.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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