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한반도에 몰아치는 ‘미사일 정치’ 바람[신석호 기자의 우아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2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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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요격 미사일 ‘SM-3 블록 2A’가 4일 하와이 인근 해상의 미군 이지스함에서 발사돼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용으로 개발된 이 미사일은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정확하게 요격했다. 미국 미사일방어청 홈페이지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요격 미사일 ‘SM-3 블록 2A’가 4일 하와이 인근 해상의 미군 이지스함에서 발사돼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용으로 개발된 이 미사일은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정확하게 요격했다. 미국 미사일방어청 홈페이지

신석호 기자
신석호 기자
북한이 사거리 500km짜리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해 또 동북아시아를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동안 예고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것으로 보아 도널드 트럼프 새 미국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피해가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소심한 도발’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가오는 김정일 생일을 기념하면서 자신들의 핵보유 지위를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달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죠.

이를 포함해 올해 들어 한반도 주변에는 각국들이 다양한 미사일 발사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미사일 정치’가 한창입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서로를 겨냥한 미사일 실험을 잇달아 실시한 것이죠.

미 공군은 8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했습니다. 미사일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돼 4200마일(약 6759km) 떨어진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절린 환초 목표지점을 타격했습니다. 사정거리가 1만2000㎞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미 본토에서 발사 후 약 30분 뒤 중국과 북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미 공군은 “시험 발사는 미사일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측정하고, 동시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핵 억제를 위한 중요한 정보도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북한을 대상으로 명시한 셈입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초 중국은 산시(山西) 성 타이위안(太原) 위성발사센터에서 서부 사막 지대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둥펑(DF)-5C’를 시험 발사했습니다. 한개의 미사일에 핵 탄두 10개를 실을 수 있는 10개의 ‘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MIRV)’를 탑재한 최신예 장거리 전략미사일로 미국을 도달 범위에 두고 있습니다.

서로를 확실하게 파괴시킬 만큼 핵무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핵탄두를 상대국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떨어뜨리는 전략적 경쟁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미사일 공격능력과 미사일 방어능력, 우주 공간에서의 탐지 능력 등 3개 분야가 주요 경쟁 무대입니다.

미중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경쟁은 동북아시아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인 일본을 겨냥하고 미국은 중국의 동맹인 북한은 겨냥하는 것이죠.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둥펑-16 미사일 부대의 훈련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입니다. 미일은 북한과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일환으로 공동 개발한 신형 요격 미사일‘SM3 블록 2A’을 미군 이지스함에서 발사해 탄도미사일을 가장한 표적을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5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들어 “다들 미사일을 개발하고 시험하며 자국과 동맹의 안보를 지키려하는데 왜 우리의 미사일만 문제를 삼느냐”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과 달리 북한은 다섯 차례 핵실험과 수 많은 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금지된 제재 대상국입니다. 다른 나라의 손에 있으면 안전하게 평화를 지키는데 쓰일 핵과 미사일이 북한의 손에 있으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깨뜨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도 ‘평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솜씨 좋은 횟집 주인의 손에 들린 칼은 여러 사람이 맛있게 먹는 회를 뜨는 이로운 도구로 인식되지만 똑같은 칼이 동네 불량배의 손에 들리면 사람을 살상하는 흉기로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북한은 볼멘소리 말고 스스로에 대한 평판부터 바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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