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靑… 세지는 국회 권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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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개헌특위 1차 회의 속기록으로 본 개헌추진 방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회의에선 ‘제왕적’이라고 불리는 대통령의 실권을 대폭 축소하는 반면 국회의 권한은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스스로 “국민 신뢰도가 낮다”고 인정하고 있는 국회가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는 것에 대한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개헌특위 제2소위의 8일 1차 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정부 형태에 대한 의견을 밝힌 의원 11명 가운데 7명(강효상 권성동 김동철 이상돈 이주영 이철우 정종섭 의원)이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비롯한 ‘대통령 직선 내각제’를 제시했다. 방점은 대통령 권한을 외치(外治) 정도로 제한하고 실질적인 국정 운영 권한은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에게 주자는 데 찍혀 있다. 이날 회의에서 헌법학자 출신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역대 대통령이 대통령 직선 내각제로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저는 다 박수받고 물러났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내각 위에 청와대가 군림해서 계속 커왔지 않은가. 괴물이 돼버렸다”며 “우병우라는 비서관이 수석도 아닌 비서관으로 왔을 때 검찰과 법무부를 장악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독일식 내각제’를 제시했다. 노 의원은 “감옥 가는 대통령도 봤고 탄핵당하는 대통령도 봤고 암살당하는 대통령까지 다 봤다”며 “(국민들이) 본인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있어야 되느냐에 대해서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최순실 사태가 내각제 또는 변형된 내각제로 간다고 해도 (제왕적 총리로 인해) 가능하지 않으냐”며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밝혔고, 같은 당 원혜영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대선 전에 개헌이 어렵다면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에 부쳐서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를 진행한 민주당 이인영 소위원장은 9일 페이스북에 “최소한 의견 수렴이라는 기본 과정이라도 거치려면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헌법을 충실하게 잘 만드는 것이 촛불 민심”이라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회 권한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개헌특위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존에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지 않았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등과 같은 사안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기존에 헌법재판관 3명과 선거관리위원 3명으로 한정돼 있는 국회의 인사권을 정부·권력기관, 공영 언론기관의 장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 문제도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개헌특위 안에서도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면 국회의원들 로비에 감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며 독립을 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국회의 권한 강화에 대해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인들이 먼저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의 시대적 요구에 따라서 행동하고 윤리와 특권 문제도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심각한 고민을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대통령#5년제#개헌특위#국회#권한#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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