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유증’ 덜어줄 묘약은 없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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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솔로를 위한 ‘변명’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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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밸런타인데이다. 초콜릿 선물을 즐거워할 커플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런 건 다 상술’이라 위로해 봐도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남들 데이트하는데 홀로 방바닥만 긁고 있는 ‘솔로’의 마음은 ‘나도 연인을 만들고 싶다’부터 ‘혼자가 편하다’는 자기합리화까지 롤러코스터를 탄다.

○ 걱정 없고 우정도 지키고…솔로천국, 커플지옥

홀로 지내는 밸런타인데이를 더 이상 슬퍼하지 말자. 초콜릿을 주고받을 연인이 없다는 사실에는 좋은 점이 있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연구진은 2015년 남녀 청소년 640명의 우정과 연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학술지 ‘발달 심리학’에 발표했다. 연애를 시작한 청소년은 그간 어울리던 친구보다 새로 사귄 이성 친구의 행동을 더 닮아갔다. ‘너 연애하더니 변했다’는 친구들의 볼멘소리가 틀린 말이 아니다.

헤어짐이 두려워 밤잠 설치고 질투로 신경을 곤두세우는 피곤한 일도 없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연구에 참여한 130명의 성인 남녀는 연애 경쟁자를 자신보다 낮게 평가하면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 나도 연인이 있었으면…

밸런타인데이까지 4일 남았다. ‘썸 타는 사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밸런타인데이라고 초콜릿 선물을 얻기 위해 급히 약속을 잡아야 할까. 그러나 평소 점찍어 둔 그녀에게 급하게 연락해 봐도 승산은 낮다. 그녀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진화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보수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일단 고백을 해보면 되는 남성과 달리 출산, 육아 등을 고려해야 되는 여성은 관계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초콜릿 없는 빈손을 보며 실망하기보다는 다음 화이트데이를 기약하는 것이 전략일 수 있다.

○ 막 이별한 당신, 다음 밸런타인데이엔 괜찮아질까

최근 아픈 이별을 겪은 비자발적 솔로들은 밸런타인데이에 치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별 후유증은 여성에게 더 강하게 나타나며, 회복도 여성이 빠르다. 미국 빙엄턴대 연구진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이별 후 정신적, 육체적 고통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보다 신중히 상대를 고르도록 진화한 만큼, 이별의 상처도 더 크게 다가와서다. 이성을 쟁취하려 경쟁하도록 진화한 남성은 시간이 지나 새로운 경쟁에 참여할 때 옛 연인의 빈자리를 느낀다.

추억을 잊으려면 새 기억을 채워야 한다. 캐나다 연구진은 쥐에게 전기 충격으로 고통스러운 기억을 만들고, 이후 회복될 때까지 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 해마에 새 신경세포가 자라났을 때 전기 충격의 기억을 잊었다. 당신에게 새로운 사랑이 필요한 이유다. 성인 쥐보다 생후 2주 정도의 어린 쥐가 더 빨리 기억을 잊었다는 점은 참고하자. 이 연구는 2014년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미래엔 약 한 알로 연애 후유증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류인균,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팀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약을 개발 중이다. 전기 자극으로 특정 색에 공포감을 만든 뒤 약물을 복용하자 트라우마가 15∼20% 줄었다. 김지은 교수는 “의학적으론 아직 이별 후유증을 PTSD로 정의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과거 연애의 추억은 간직하면서도 가슴 아픈 감정만 없애는 일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밸런타인데이#이별 후유증#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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