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의 풍성한 선율과 배우들의 매끄러운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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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극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안재영·왼쪽)에게 인사하는 달 박사(김경수). HJ컬쳐 제공
라흐마니노프(안재영·왼쪽)에게 인사하는 달 박사(김경수). HJ컬쳐 제공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의 거장이자 천재 피아니스트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러시아)가 창작을 향해 나아가는 고통스러운 여정과 치유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초연된 후 올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뛰어난 실력으로 주목받던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에 대해 혹평을 받은 후 3년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등장인물은 라흐마니노프와 그를 치료하러 온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로, 단 두 명이다.

라흐마니노프는 3년간 칩거하며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달은 그런 라흐마니노프를 한동안 가만히 지켜본다.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내면의 상처가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른다. 달이 단순히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억눌렀던 아픔과 외로움을 토해내며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유명한 음악가와 정신의학자가 되고 싶었던 이들의 꿈과 좌절은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건드린다. 배우들은 진폭이 심한 감정의 변화를 매끄럽게 소화했다.

이 작품의 강점은 무엇보다 음악이다. 무대 위에 자리 잡은 피아노와 6개의 현악기가 빚어내는 풍성한 선율은 귀를 즐겁게 만든다. 90분간 진행되는 공연 중간중간 녹아든 라흐마니노프의 명곡은 맹렬하고 뜨겁게 연주돼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음악 역시 돋보인다. 뮤지컬이 클래식 음악과 접목해 또 다른 색깔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작품이다. 박유덕, 안재영, 김경수, 정동화 출연. 3월 1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3만3000∼6만6000원. 02-588-7708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창작극 라흐마니노프#안재영#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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