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맨 조성민 “창원팬들 벅찬 환영에 농구 할 맛 나네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0일 05시 45분


최근 조성민의 LG행은 ‘2016∼2017 KCC 프로농구’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kt 유니폼만 입었던 그는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LG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고양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최근 조성민의 LG행은 ‘2016∼2017 KCC 프로농구’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kt 유니폼만 입었던 그는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LG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고양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트레이드가 이렇게 큰 이슈 될줄이야
많은 관심에 정신없지만 기분은 좋아
잘 갖춰진 팀과 팬들 응원에 동기부여

친정팀 kt는 적으로 만나기 싫은 상대
부산으로 원정가면 울컥할 것 같아요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은 국내 최고의 슈터 조성민(34·189cm)은 프로농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다. 스타급 선수의 트레이드가 드문 KBL에서 그의 이적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2016∼217시즌 내내 중하위권을 맴돌던 LG는 단숨에 주목받는 팀이 됐고, 플레이오프(PO) 진출을 노리는 팀으로 변모했다. 동시에 LG의 홈경기를 찾는 팬들도 증가하고 있다. ‘조선의 슈터’ 조성민의 영향력은 이 정도다. 조성민을 만나기 위해 9일 경기도 이천의 LG챔피언스파크를 찾았다. 출입하려면 LG챔피언스파크 입구에서 경비원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조성민 인터뷰를 왔습니다”라는 말에 경비원은 “좋은 선수이기는 한가 봅니다. 조성민 인터뷰를 오는 취재진이 많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근 취재 요청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오전에도 인터뷰를 했다. 내가 이 정도로 관심 받는 선수였나 싶을 정도다.”

-이제 트레이드의 충격에선 벗어났나.

“정신이 없어서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 도 힘든데, 계속 경기에 나가고 인터뷰 요청도 많아서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얼른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팬들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니까 피곤해도 기분은 좋다.”

LG 조성민이 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전에서 승리한 뒤 딸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고양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LG 조성민이 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전에서 승리한 뒤 딸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고양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아직 LG 숙소가 낯설 것 같다.

“에피소드가 있다. 이곳은 농구단과 야구단(LG 트윈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어서 식당이 같다. 그런데 농구단과 야구단은 줄을 따로 서야 한다. 처음에는 그걸 몰라서 야구선수들 뒤에 줄을 섰다. 야구선수가 좀 많은가. 한참을 서 있는데, (정)창영이가 밥을 퍼서 식탁으로 가더라. ‘나보다 늦게 왔는데 어떻게 벌써 식판에 다 담았지’라고 의아했다. 그 모습을 보고 식당 아주머니가 웃으시면서 ‘농구단 줄은 이쪽이에요’라고 얘기해주시더라. 농구단은 인원이 적어서 줄이 거의 없는데, 나 혼자 야구단 뒤에 줄을 서고 있더라. 애들한테 ‘이 놈들아, 날 불러야 할 것 아니야’라고 말했더니 껄껄거리더라. 침대가 좀 높아서 잠자리는 아직 좀 낯선데, 워낙 피곤하다보니 그냥 잠들어버린다.”

-트레이드 당일(1월 31일) 전화나 메시지가 엄청 왔을 것 같다.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있다. 기자들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서도 연락이 엄청 왔다. 모든 문자에 일일이 사정을 얘기하면서 연락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하루 이틀 지나서 조금씩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이적 후) 첫 경기(3일 오리온전)를 뛰고 나니 축하한다고 여기저기서 문자가 또 왔다. 그 다음에는 창원 홈경기(5일 KGC전)에서 이기니까 문자가 또 몰려오고…. 아직 답을 못했다. 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을 여는 것이 무서울 정도다. 연락을 못 드린 것에 대해선 주변 분들이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만큼 관심을 많이 받는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트레이드가 이렇게 이슈가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에 있을 때는 대표팀 자체가 관심을 받았던 것이고, 평소에는 팀 성적도 좋지 않아서인지 관심이 시들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놀랐다. ‘많은 분들이 표현은 안하지만 나를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LG 조성민. 스포츠동아DB
LG 조성민. 스포츠동아DB

-심지어 등번호까지도 관심거리였다. 24번을 달았는데, 다음 시즌에는 원래 번호인 10번으로 바꿀 생각은 없나.

“특별하게 10번을 고수할 생각은 없다. kt에 있을 때 ‘10번 조성민’이 의미 있는 것 아닌가. 내가 10번 이미지가 강해서 대표팀에서도 동료들이 10번을 비워두기도 했다. LG에는 박래훈이 10번을 달고 있다. 선수 프로필에 다 올라간 것을 내 욕심에 ‘10번을 달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딸의 생일에 맞춰 24번을 골랐다. kt로 돌아간다면 다시 10번을 달겠지만, 여기에선 24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창원 첫 홈경기에서 울컥해하는 것 같더라.

“너무 크게 환대를 받았다. 구단주대행까지 오셨다. 유니폼 증정식 때 많은 생각이 났다. 가장 먼저 kt 팬들이 생각났다. ‘부산에서 이랬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LG 팬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너무 많이 반겨주셔서 고마웠다. 나를 위해 기립박수까지 보내고, 내 이름을 연호해주셨다. 진짜 울컥했다. 이런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뛰니 농구가 재밌더라. 경기 끝나고 팬들에게 ‘나는 LG에 우승하러 왔다. 꼭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꼭 이루고 싶다.”

-리빌딩 팀에 있다가 성적을 내려는 팀으로 왔다. 느끼는 바도 다를 것 같다.

“나는 kt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리빌딩을 하는 과정이었는데, 지난 드래프트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 개막 이전에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와 국내선수 드래프트에 기대를 많이 했다. 기도까지 했다. 보강이 잘 된다면 2∼3년 안에는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내선수 드래프트는 순위가 뒤로 밀리고, 외국인선수는 부상을 당하면서 시작부터 기대감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내 목표는 kt에서 우승하는 것인데, 그 꿈이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농구할 날이 줄어드는데, 팀 전력은 그대로고…. 이대로 은퇴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기도 했다. 거기에 내가 부상까지 당하게 되니,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 LG에선 좀더 동기부여가 된다. 어쨌든 멤버상으로는 잘 갖춰진 팀이 아닌가.”

-시즌 전 kt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단언컨대 그런 요청은 한 적이 없다. 물론 내가 힘들 때나, 멤버가 좋은 팀을 보면 ‘저 팀 선수들은 좋겠다’고 부러워한 적은 있다. 그러나 내가 kt를 떠나서 우승을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kt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었다.”

-최근 NBA(미국프로농구)에서 폴 피어스(LA 클리퍼스)가 마지막 보스턴 경기에 가서 팬들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았는데, 혹시 봤나.

“영상으로 봤다. 선수를 존중하는 문화가 부럽기도 하고,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괜히 NBA가 최고의 무대가 아니더라. 물론 우리 프로농구도 최근 들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 영상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났다.”

LG 조성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LG 조성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3월 17일 사직 원정경기 일정이 있더라. 이적 후 첫 친정 방문이다. 어떨 것 같은가.

“2월 24일 창원에서 kt와 경기한다. 지금 LG는 1승이 소중하기 때문에 무조건 승리를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피하고 싶은 경기다. kt를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다. 부산으로 간다면…. 팬들의 모습을 보고 울컥할 것 같다. 나는 kt를 떠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LG 이적 후 2연승하고 분위기를 타서 올라가는 시점에 김종규가 다쳤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맞다. 일단은 쾌차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김종규가) 일본으로 가서 내가 치료를 받았던 의사에게서 치료를 받는다. 의사가 몇 십년간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서 치료를 잘해주더라. 이지마 씨(의사 이름)에게 안부 잘 전해달라고 말했다.”

-kt에서 멀어져갔던 우승의 꿈이 LG로 오면서 다시 다가오는 것 같은지.

“물론이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김)종규, (김)시래가 주축이라고 하지만, 우리 셋만 잘한다고 우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업하는 선수들의 도움과 희생 없이는 우승할 수 없다. 나, 시래, 종규가 잘해서 우승했다는 이야기보다 우리 모두 함께 잘해서 우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우승의 꿈을 LG 동료들과 함께 이루고 싶다.”

● 조성민

▲생년월일=1983년 12월 23일
▲키·몸무게=189cm·85kg
▲출신교=전주송천초∼전주남중∼전주고∼한양대
▲프로 경력=2006년 신인드래프트 8순위 KTF(현 kt) 지명·입단, 2017 년 1월 31일 LG 이적
▲수상 경력=베스트5 2회(2010∼2011·2013∼2014시즌), 이성구 페어플레이상(2013∼2014시즌)

이천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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