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상추-마늘, 삼겹살 속 발암물질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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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고기 독성물질 낮추는 찰떡궁합 채소-후식은?

‘상추냐 깻잎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기는 쌈을 싸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상추와 깻잎 중 뭐가 더 좋은지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영양학적으로 돼지고기는 깻잎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지만 조사 결과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의 독성을 잡는 데에는 상추가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상추에 싸 먹으면 벤조피렌 독성 15% 줄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인이 고기와 함께 자주 먹는 식품 20개가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낮추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실험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군 발암물질로 체내 대사 과정을 거치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암을 유발하는 발암성분을 만들어낸다. 조사 대상은 상추, 깻잎, 마늘, 양파 등 채소류 13종과 딸기, 사과, 계피, 홍차 등 과일과 차 7종류.

실험은 벤조피렌을 넣은 사람의 간암 세포에 각 식품 추출물을 첨가해 48시간 후 세포 생존율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계피가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21.79%나 줄여 식품 20개 중 벤조피렌 체내 독성 저감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샐러리(20.88%) 홍차(20.85%) 딸기(18.7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고깃집에서 흔히 나오는 식품 중에서는 양파(18.12%)가 벤조피렌의 독성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가 좋았다. 상추와 마늘도 각각 15.31%, 9.75%나 독성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추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깻잎과 대두, 대파, 사과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았다. 주로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엉겅퀴는 이번 실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성정석 동국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벤조피렌의 독성을 줄여주는 데에는 상추가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며 "실험 결과 저감률이 낮은 식품들도 기본적으로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벤조피렌의 독성 저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식약처가 식품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만 추출해 같은 실험을 진행한 결과 양파에 주로 들어 있는 케르세틴의 벤조피렌 독성 저감률이 36.23%로 가장 높았다. 엉겅퀴의 주 성분인 실리마린(29.59%)과 커큐민(28.35%·강황)이 그 뒤를 이었다. 사과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코르빈산의 벤조피렌 독성 저감률도 16.26%나 됐다.

식약처는 식품별 발암성분 억제 효과도 실험했다. 다만 이번 실험은 상추, 홍차, 양파, 샐러리 등 4개 식품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상추의 발암성분 억제 효과는 60%로 가장 항암 효과가 뛰어났다. 홍차(45%) 양파(40%) 샐러리(20%)가 그 뒤를 이었다.

○ 고기 먹을 때 채소, 과일은 다다익선

한국인의 하루 평균 벤조피렌 노출량은 kg당 0.003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다. 체중 70kg인 성인은 하루 평균 0.245μg의 벤조피렌을 섭취한다는 의미다. 유럽 식품안전청(EFSA)이 정한 벤조피렌 하루 섭취 안전기준 kg당 70μg의 2만분의 1 수준이다. 주식이 밥이다 보니 육류 섭취량이 유럽 사람들보다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벤조피렌은 고기, 생선을 굽거나 튀길 때 자연적으로 생기는데 식습관에 따라 벤조피렌 섭취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열 시간이 길어질수록 벤조피렌도 늘어난다. 탄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기 한 점을 먹을 때 상추 마늘 양파를 함께 싸 먹고 반찬으로 미나리 무침을 먹고 후식으로 딸기와 홍차를 마시면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100% 없앨 수 있을까. 최 연구관은 “이번 실험은 개별 식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한꺼번에 먹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답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식품을 같이 먹으면 독성을 줄이고 항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끼에 같이 먹어야만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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