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제역 대란’은 황교안 대행정부 시스템 붕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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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 전북 정읍, 경기 연천에 이어 어제 첫 구제역 발생 농장 인근에서 또다시 구제역 양성반응이 나오는 등 전국이 ‘구제역 대란(大亂)’이다. 특히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기존의 O형 유전자와 다른 A형으로 확인되면서 사상 초유의 가축 질병 ‘멀티 바이러스’ 위기가 닥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구제역 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올렸다. 전문가들은 구제역이 밀집사육을 하는 돼지로 전염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런데도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황 권한대행은 어제 오전 “이번 주에 백신 접종을 마치라”고 지시한 뒤 평창 올림픽 지원행사장으로 갔다. 정부가 현재 가진 백신으로 A형을 방어하기 어렵다. A형 백신을 수입해 접종하려면 2주 이상 방역 공백이 생기는데도 엉뚱하게 ‘주내 접종 완료’를 지시한 것이다. 국정은 위기상황인데 황 권한대행의 마음이 대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싸다.

권한대행이 이 모양이니 일선 부처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앞서 농식품부가 97.5%라는 높은 구제역 항체형성률을 홍보한 것도 농장에서 1마리만 조사해 항체가 확인되면 모두 형성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도 웃을 엉터리 통계 산출이다.

2000년 한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래 구제역은 무려 6번이나 발생했다. 거의 3년마다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지금까지 보상금 등으로 들어간 세금만 3조320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방역대책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구제역이 발생하면 농민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 덴마크는 연간 2800만 마리의 돼지를 키워도 34년째 단 한 번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다.

헌법에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명시한 것은 대통령 유고시에도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지금이 권한대행 체제라 해도 이 정도면 정부 시스템 붕괴다. 황 권한대행과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자식 같은 가축을 잃고 피 토하는 축산 농민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야 한다.
#구제역 대란#황교안#국가재난 컨트롤타워#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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