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꽃샘추위엔 따뜻한 국물이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0일 05시 45분


곰탕과 함께 대구 현풍시장의 명물로 꼬들꼬들한 식감과 국물이 매력인 수구레국밥, 된장의 구수함과 다슬기의 쌉쌀한 맛이 어우러져 속을 확 풀어주는 영월 성호식당의 다슬기해장국, 1972년부터 45년간 서울 장안에서 설렁탕과 곰탕으로 명성을 떨친 중림장 외관(왼쪽부터 시계방향).영월·서울 | 김재범 기자·한국관광공사
곰탕과 함께 대구 현풍시장의 명물로 꼬들꼬들한 식감과 국물이 매력인 수구레국밥, 된장의 구수함과 다슬기의 쌉쌀한 맛이 어우러져 속을 확 풀어주는 영월 성호식당의 다슬기해장국, 1972년부터 45년간 서울 장안에서 설렁탕과 곰탕으로 명성을 떨친 중림장 외관(왼쪽부터 시계방향).영월·서울 | 김재범 기자·한국관광공사
■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국물·탕 요리 3선

깔끔한 첫맛 묵직한 뒷맛 중림장 도가니탕
순한 맛 매운 맛 골라! 영월 다슬기해장국
두툼해 씹을수록 고소한 대구 수구레국밥

4일 입춘을 지나면서 절기상으로는 겨울이 끝났다. 하지만 ‘입춘추위는 꿔다해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의 문턱에 다가가는 요즘 날씨가 더 매섭다. 특히 옷 속으로 스며드는 쌀쌀한 바람은 저절로 어깨를 움추리게 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따뜻한 국물, 탕 요리.뚝배기에 담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국물은 상상하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언 몸과 마음을 함께 따뜻하게 해줄 국물·탕 일품요리 3제를 소개한다.

● 쫄깃한 식감과 중독성 강한 국물, 서울 중림장 도가니탕

도가니는 소 무릎 관절을 형성하는 종지뼈 주변 투명한 힘줄을 말한다. 젤라틴이 풍부하고 단백질, 필수아미노산부터 칼슘과 철분, 황, 마그네슘, 칼륨 등 무기질이 많다. 서울에는 대성집, 중림장 등 도가니탕 맛집이 여럿 있다. 이중 경의중앙선 철로가 지나는 서소문 근린공원 뒷편 매일경제 신문사 옆에 있는 중림장은 1972년 오픈해 45년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 육수는 기름기가 많고 빛깔도 다른 곳에 비해서는 조금 흐릿하다. 탕집 특유의 꼬릿한 냄새에 비해 국물은 첫 느낌이 의외로 심심하면서 깔끔하다. 진한 고깃국물을 표현할 때 흔히 쓰는 ‘입에 짝짝 붙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밥을 말아 탕 속 도가니와 함께 먹다보면 진근하면서 진한 뒷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양지와 도가니로 이루어진 반반수육을 곁들이면 저절로 “이모, 여기 소주 한 병”을 외치게 된다. 평소에도 식사시간에는 줄서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데, 얼마전 ‘백종원의 3대천왕’에 등장한 이후에는 사람이 더 몰리니 주의하자.

● 속 확 풀리는 쌉쌀한 국물, 영월 성호식당 다슬기 해장국

다슬기는 경남에선 민물고동, 경북에선 고디, 전라도에선 대사리, 강원도에선 꼴팽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등등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흔히 다슬기하면 충북 괴산의 올갱이국이 유명한데, 강원도 영월에도 그에 못지않게 다슬기 해장국이 인기다. 이중 많이 알려진 곳이 영월역 앞에 있는 성호식당이다. 이곳 역시 예약없이 가면 식사시간에 어김없이 기다려야 한다. 다슬기 해장국을 주문하면 “순한 맛, 아니면 매운 맛?”이라고 묻는데, 순한 맛은 된장을 풀어 끓인 다슬기 해장국이고, 매운 맛은 순두부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서 나온다. 쌉싸름한 맛과 함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국물이 일품이다. 다슬기 특유의 가벼운 흙내는 사람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부담스럽다면 순두부해장국이 좋다. 국 외에 다슬기 비빔밥과 다슬기전도 있다. 이중 다슬기전은 살캉살캉 씹히는 다슬기 알갱이맛이 일품인데, 여기에 지역 특산 동강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 뜨끈하고 꼬들꼬들한 겨울 별미, 대구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수구레국밥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면에 있는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은 1918년부터 열렸던 현풍장터가 원류이다. 매달 끝자리 5일, 10일에 서는 현풍장터의 명물은 수구레국밥. 그 전통이 상설시장인 지금의 백년도깨비시장으로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 수구레는 소의 껍질 안쪽과 살 사이의 아교질 부위다. 지방이 거의 없어 씹으면 쫄깃쫄깃한 맛이 난다. 예전에는 희고 거친 모양 때문에 귀한 고기로 대접받진 못했지만, 값싸게 영양을 보충할 수 있어 장터 사람들에게는 추위를 달래면서 몸을 보양하는 좋은 먹거리였다. 이곳 수구레국밥이 명성을 얻은 데는 1980년대까지 장터 인근에 들어섰던 우시장도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시장에 있는 수구레국밥집 역시 우시장 시절부터 운영하던 곳이 대부분이다. 이곳사람들은 수구레 대신 ‘소구레’라고 부르는데, 국밥집 간판도 대부분 소구레로 적혀 있다. ‘현대식당’ ‘십이리할매식당’ ‘이방아지매식당’ 등이 터줏대감이다. 국밥은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가마솥에 오래 삶아 국물을 우려낸다. 신선한 수구레를 제때 공급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구레는 얇고 푸석푸석한 것보다 두툼한 것이 식감이 뛰어나다. 먹을 때는 고추를 얹어 칼칼한 맛을 더한다. 수구레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이 남다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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