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사만 쏟아내 주류언론이 ‘괴물’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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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보도행태 문제점 지적… 트럼프 지지자들 “편파적” 비난
미디어 신뢰도 32%… 사상 최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란 괴물을 키운 건 결국 미국 주류 언론들이다. (그를 비판하든, 그렇지 않든) 트럼프에 대한 기사만 쏟아내지 않았느냐. 미디어는 (스스로 키운) 그 괴물과 뒤늦게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는 7일 트럼프와 뉴욕타임스(NYT), CNN 등 진보 성향의 주류 미디어 간에 계속되는 갈등 양상을 진단하는 기획 프로그램에서 미디어 전문가들의 이런 평가를 소개했다. 한 언론비평가는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관련 보도 건수는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모든 미디어가 트럼프만 쫓아다닌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미디어비평지는 최근 “수많은 결함을 가진 트럼프는 논란을 다른 논란으로 덮는 식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반면 (상대적으로 약점이 적었던) 클린턴은 ‘e메일 스캔들’ 하나만 집중 부각되면서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을 봤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시대의 주류 미디어는 사실상 사방에서 공격받는 어려운 처지에 빠진 형국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NYT 등을 ‘가짜 뉴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 영향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디어가 편파적’이라고 반발한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미국 성인 1018명에게 지난달 말 ‘미디어가 트럼프 행정부를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공화당 지자자 중 74%가 ‘미디어가 너무 거칠게 다룬다’고 대답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은 그 8분의 1도 되지 않는 9%에 불과했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 절반(49%)은 ‘미디어가 트럼프를 더 거칠게 다뤄야 한다’(충분히 거칠지 않다)는 정반대 인식을 보였다. 트럼프 지지자뿐만 반(反)트럼프 세력도 미디어에 불만인 셈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미디어 전반에 대한 신뢰도만 크게 떨어지고 있다. 갤럽은 “미디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1997년 이래 매년 조사하고 있는데,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사상 최저인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인 2015년(40%)에 비해 8%포인트, 역대 최고인 1999년(55%)에 비해 무려 23%포인트가 추락한 것이고 그 하락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 같다는 설명이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7일 “(진보좌파 성향의) 주류 미디어들이 백악관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트럼프도, 미디어도 국민의 신뢰만 더 잃고 있다.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하루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승자 없는 전쟁’으로 끝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트럼프#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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