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옮겨 다니는 교과교실제, 쉬는 시간 빼앗겨 피곤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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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이은지 서울 세곡중 3학년
이은지 서울 세곡중 3학년
중학교 2학년 때 전학을 했다. 전학 첫날 나는 매우 당황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반 친구들이 전부 복도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왜 자리에 앉아 다음 수업 준비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나가는 한 친구를 붙잡고 물었다. 과목별로 모든 수업을 다른 교실에서 한다는, 충격적이고도 신기한 얘기를 들었다. 첫날이어서 교실이 어딘지 알 수 없었던 나는 무작정 친구들을 따라 해당 과목 교실을 찾아다니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들이 교실에 계시고 학생들이 그 교실을 찾아가 수업을 듣는 방식이었다. 참 신기하고 새롭다는 게 ‘교과교실제’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교과교실제를 처음 경험한 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선생님은 편하시겠다’였다. 복도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데 수업시간마다 돌아다니셔야 했던 선생님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편리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쉬는 시간은 여전히 10분뿐인데 그 제한된 시간 안에 시간표를 확인하고,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고, 교실을 찾아가고, 게다가 화장실도 다녀오는 등 개인적인 일까지 처리하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사물함이 교실에서 멀리 있을 때는 금방 피곤해졌다.

또 나처럼 전학 온 학생들에게는 친구를 사귀거나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처음 보는 친구에게 말을 걸어 보려 하면 수업 종과 함께 모두들 서둘러 사물함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사물함 찾아가랴, 교실 따라가랴 정신없는 상황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기란 참 힘든 일이다.

교과교실제는 각 교과에 맞춰 구비된 시설이나 자료, 준비물 등으로 수업의 질이 향상되고 수업평가를 치르는 경우에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겐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가만히 앉아 공부만 해도 체력이 부족한데 하루에도 몇 번씩 교실을 돌아다니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입시, 성적 등으로 늘 피곤한 학생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쉬는 시간을 늘리거나 교실과 사물함을 오가는 거리를 줄일 수 있도록 전자책 사용 등의 방안으로 개선하면 발전된 교과교실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지 서울 세곡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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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교실제#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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