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불똥’ 中관련 주식, 시총 15조 증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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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LG생건 30% 안팎 추락… SM-호텔신라는 35%이상 빠져
“中, 한류규제 등 강경모드 유지할듯… 화장품 등 소비관련株 당분간 흐림”


“사드 불똥이 튄 지 7개월째인데, 여전히 주가가 바닥입니다.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없는 건가요.”

회사원 A 씨는 지난해 6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고공행진 중이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가 추락했다. 한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의 무역 보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A 씨는 일시적인 충격이 지나고 나면 주가가 다시 회복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주가는 답보 상태다. A 씨는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되기 전날(지난해 7월 7일)을 기준으로 이달 3일까지 대표적인 중국 소비 관련주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15조3704억 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 시총은 지난해 7월 7일 25조7802억 원에서 이달 3일 17조6252억 원으로 31.63% 줄었다. LG생활건강 시총도 같은 기간 18조4451억 원에서 13조3536억 원으로 27.60% 하락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 매출은 전년보다 30% 늘어난 1조 원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시장 매출이 34% 늘었다. 하지만 사드 영향으로 주가가 추락했다.

한류 열풍과 함께 덩달아 주가가 올랐던 엔터테인먼트주 역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총은 8354억 원에서 5080억 원으로 7개월 만에 39.19%가 빠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인의 한국 관광을 견제하면서 면세점이나 여행사 등 여행 관련 업종의 주가가 썰물처럼 빠졌다. 호텔신라 시총은 지난해 7월 7일 2조6257억 원에서 이달 3일 1조6994억 원으로 35.28%가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불합리한 저가 해외여행을 막기 위해 한국 여행을 규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내려진 지 7개월째. 중국 관련 10개 종목의 시총 15조 원이 증발했다. 사진은 태평양 괌 기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 미국 36비행단 제공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내려진 지 7개월째. 중국 관련 10개 종목의 시총 15조 원이 증발했다. 사진은 태평양 괌 기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 미국 36비행단 제공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가 남아 있는 데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소비 관련 종목의 전망이 당분간은 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관련주가 사드라는 악재에서 벗어나려면 국가 차원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이어 “반등을 하더라도 일시적이고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강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의 불합격 수입 화장품·식품 명단에 올라 수입이 불허된 외국산 화장품 68개 품목 중 19개가 한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수입 불허 건수가 늘고 있다”고 우려한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사드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보였고, 실제로 한류 콘텐츠 규제, 인적 왕래 축소 등 다방면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강경 모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사드#주가#시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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