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투산] 수염 기른 NC 김경문 감독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9일 05시 30분


NC 김경문 감독은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수염을 기르며 2017시즌 정상 도전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투산 (미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NC 김경문 감독은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에서 수염을 기르며 2017시즌 정상 도전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투산 (미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NC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에넥스필드를 찾은 8일(한국시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인상의 김경문(59) 감독이 취재진을 반겼다. 안부인사도 잠시, 익숙한 인상은 간데없고 턱과 인중 주위에 수염을 바짝 기른 김 감독의 낯선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지만 마음먹고 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수염이 아직은 어색하다는 첫인사에 김 감독은 “수염이 전체적으로 자라야 멋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보기 흉하냐”며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는 “스프링캠프에 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안팎으로 많이 힘들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마음도 다잡을 겸해서 이번 캠프 내내 길러보려고 한다”며 최근 심경과 수염을 기른 배경을 전했다.

2011년 말 NC 창단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팀을 빠른 시간 내에 정상궤도로 올려놓았다. 첫 걸음마조차 힘겨워 보였던 NC는 그간 빠르게 성장했고, 올해 벌써 1군 진입 5년째를 맞이한다. 김 감독은 “창단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살이 됐다”면서 “그러나 여기에서 안주해선 안 된다. 특히나 지난해 상처가 컸던 만큼 올 시즌은 ‘제2의 창단’을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NC 김경문 감독.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NC 김경문 감독.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베테랑들 캠프 배제는 감독으로서 힘든 결정”

-우선 바짝 기른 수염이 가장 인상적이다.


“예전에 한번 기른 적은 있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다. 스프링캠프에 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무거운 마음이 가장 많이 들더라. 그래서 스스로를 다잡을 겸해서 수염을 길러봤다. 이번 캠프 내내 길러볼 생각이다.”

-캠프 첫 주가 지났다. 분위기는 어떠한가.

“매번 캠프에 오면 느끼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력을 하는 선수들이 늘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에게 ‘문은 많이 열려있다’고 말해놓았다. 이제 몫은 선수 각자에게 있다. 특히 이번 캠프엔 고참들 대신 젊은 선수들을 더 많이 불렀다.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너희들 편하게 한번 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설명대로 이번 NC 캠프 최대 화두는 ‘베테랑 배제’였다.

“밖에서 볼 땐 이슈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고참들은 시즌을 준비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젊은 선수들 위주로 캠프를 꾸려보려고 했다. 팀 분위기도 환기시킬 겸해서….”

-고참들이 들으면 다소 서운해 할 수도 있겠다.

“지난해에 내년 캠프를 이런 식으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이야기는 해줬다. 그러나 많이들 섭섭해 할 테다. 나에게 직접 말로는 표현을 못해도 분명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감독으로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베테랑 선수들은 이번 미국 캠프에 오지 않는가.

“그건 아니다. 고참들은 2군 선수단과 함께 이곳(투산 에넥스필드)으로 19일 건너온다.”

NC 김경문 감독.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NC 김경문 감독.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제2의 창단을 하겠다는 목표 품겠다”

-1군 무대에서 NC가 벌써 다섯 살이 됐다.


“세월 참 빠르다. 첫 걸음마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그땐 어떻게 팀을 만들어야하나 걱정만 했었다. 지금도 가끔 2011년 말 강진 캠프와 서귀포 캠프가 떠오른다.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추억이다.”

-그간 성장도 많이 했다.

“물론 나이에 비하면 모두들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신다. 창단부터 함께 힘을 합친 선수와 코치, 구단 덕분이다. 그러나 스포츠에서만큼은 안주가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다. 물론 좋은 성적이지만 그게 끝이 되어선 안 된다.”

-창단 5년 만의 진출을 ‘머물렀다’고 표현했는데.

“사실 준우승 자체보다 ‘4패’가 더욱 아쉬웠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 역시도 마지막 무대에서 준우승을 많이 하다보니 상처가 컸다. 그러나 이제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지난해엔 머무른 만큼 올해엔 더 높은 곳을 향해 두드려야하지 않겠나.”

-그래도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두 번째 재계약에 성공했다.

“기쁘다기보다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사건사고가 많았던 만큼 책임감이 따른다. 다시 팀을 맡는다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러나 팀을 다시 추슬러 이끌어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재계약과 함께 올해로 13년차 감독이 됐다.

“내가 2004년 두산 감독을 처음 맡았을 때 8명의 감독 가운데 나이로 밑에서 두 번째였다. 그런데 이젠 한화 김성근(75) 감독님 다음이 나더라.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다.(웃음) 그냥 내 야구만 시원하게 후회 없이 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

-창단 후 처음으로 코치진 구성에도 대폭 변화가 있었다.

“감독이 재계약하면서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준다는 일 자체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도 있다. 새로 온 코치들 가운데 1군 지도 경험이 부족한 친구들도 있지만, 이미 현역시절부터 지켜본 후배들이다. 능력은 이미 알고 있다.”

-이번 캠프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사실상 이번 시즌을 통해 ‘제2의 창단’을 이뤄내야 한다. 성적을 떠나 팀 자체를 새롭게 바꾸겠다. 참신하고 새로운 팀으로 팬들에게 인사드리고 싶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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