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의 재생, IBK기업은행 우승의 최종퍼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9일 05시 30분


IBK기업은행 김희진.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김희진.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김희진(26)은 한국여자배구에서는 후위공격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센터다. 원래 사이드 공격수라서 큰 공격에 능하고, 키(185㎝)와 점프(60㎝)도 탁월해 속공, 블로킹 능력을 겸비한 다목적 자원이다. 그런 만큼 김희진은 늘 높은 기대치와 마주하는 숙명을 안고 뛰어야 한다. 이런 김희진의 2016~2017시즌을 두고 배구계에서는 “예전만큼의 위압감은 아니다”, “무언가 정체된 느낌” 등,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문제의 원인은 외부요인 탓일까, 아니면 김희진 안에 있는 것일까?

국가대표 센터 출신인 SBS스포츠 장소연 해설위원은 포지션의 특수성을 이야기했다. “센터는 순간적으로 정교한 공격을 해야 하기에 세터의 토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IBK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김사니의 몸 상태가 좋지 못했고, 백업세터 이고은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희진의 역량을 극대화할 환경이 갖춰지지 못한 데에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다. 9일 흥국생명과 선두 길목에서 붙는 이 감독은 “김사니는 정규시즌까지는 못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고은 체제로 최소 3월초까지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이고은을 세워도 박정아, 리쉘 등과 이루는 윙 공격의 밸런스는 큰 문제가 없다. 관건은 중앙의 김희진과의 화학반응이다.

이 감독은 김희진 안의 “스피드와 리듬”에 대해서도 말했다. 민감한 지점은 딱히 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훈련시켜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뭔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미묘한 감각을 김희진이 지속적으로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이 감독은 되도록 김희진을 기다려주려고 생각한다. 2015년 배구월드컵 당시의 김희진이 잘될 때의 모습 역시 이 감독은 봐왔기 때문이다. “김희진도 연차(6년)가 됐다.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것도 그래서다. 2015~2016시즌 중 입었던 손가락 부상 트라우마, 2016리우올림픽 후유증도 스스로가 넘어서야 될 장벽이다.

IBK기업은행의 전력구성 상, 김희진을 라이트로 돌릴 순 없다. 후위에서는 라이트로 기능하더라도, 전위에서는 센터를 맡아줘야 팀이 최적조합으로 돌아간다. 이 감독은 “(김)희진이가 리듬을 찾는 데에는 세터를 향한 믿음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희진이 이 고비를 넘느냐가
대권을 향한 IBK기업은행의 최종 퍼즐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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