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잊은 학생-교직원 “소외된 이웃 봉사는 계속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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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까리따스 봉사단’… 부천시 판자촌에 연탄 2만장 배달
성가요양원 찾아 치매 노인 돕고 외국인 노동자 자녀 공부방 운영도

가톨릭대 학생들이 4일 연탄을 등에 지고 경기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 판자촌 골목을 오르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배달한 연탄 2만 장을 장만하기 위해 지난해 학내에서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가톨릭대 제공
가톨릭대 학생들이 4일 연탄을 등에 지고 경기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 판자촌 골목을 오르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배달한 연탄 2만 장을 장만하기 위해 지난해 학내에서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가톨릭대 제공
4일 오전 경기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의 판자촌 비탈길. 재개발사업으로 주민들이 많이 떠나고 혼자 사는 노인,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극빈자가 몰려 사는 이 동네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가톨릭대 학생과 교직원이 모여 만든 ‘까리따스 봉사단’이다. 이들은 빠듯한 생활비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가정의 난방 문제를 덜어 주기 위해 연탄 2만 장을 트럭에 싣고 왔다.

비닐 옷을 껴입고 연탄을 등에 지거나 손에 든 학생과 교직원 200여 명은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50여 가정에 연탄을 배달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모두 구슬땀을 흘렸다. 김이영 씨(21·환경공학 2학년)는 “연탄이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독거노인들이 ‘연탄이 얼마 남지 않아 큰 걱정이었는데 고맙다’며 반색하니 힘이 절로 났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도 합류했다. 호주에서 교환학생으로 파견돼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에단 니컬슨 씨(21)는 “봉사단원 모두가 웃는 얼굴로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불우한 이웃을 자발적으로 돕는 한국인의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라며 미소 지었다.

까리따스 봉사단은 진리, 사랑, 봉사라는 가톨릭대 교육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2015년 결성됐다. 지난해 2, 11월에도 각각 연탄 5000장을 싣고 계수동을 찾았다. 이때 학생들은 오래된 판잣집에서 연탄에 의지해 힘겹게 겨울을 나는 노인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돌봐 주는 자식도, 찾아오는 친척도 없이 홀몸으로 버티는 어르신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많았다.

봉사단은 겨울에 연탄을 제대로 때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는 설명을 듣고 올해 연탄 지원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12월 12∼30일 김수환추기경국제관 등 캠퍼스 곳곳에서 모금 캠페인을 벌여 모은 1100여만 원으로 연탄 2만 장을 장만했다.

봉사단이 연탄 배달 봉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천 지역 치매 노인 수용 시설인 성가요양원을 매주 한 차례 방문해 말벗을 해 주며 청소 같은 허드렛일도 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해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외국에서 태어나 부천으로 이주한 노동자 자녀를 위한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 내 비르투스관에서 매주 2차례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친다. 초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교과 수업도 진행한다. 부천시가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에게는 공부를 가르치고, 진로 상담도 하고 있다.

원종철 총장(59)은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가톨릭대#까리따스 봉사단#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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