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한국 경제규모, 파키스탄·이란보다도 낮을 거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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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한국의 경제규모 예상 순위는 18위. 그 위에 이집트(15위), 파키스탄(16위), 이란(17위)?’

7일 글로벌 컨설팅사 PwC와 삼일회계법인이 내놓은 ‘2050 세계 경제 장기 전망―세계 경제 순위의 변화’ 보고서를 본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저렇게까지 세계 순위가 내려가다니…. 쉽게 믿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순위는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국내총생산(GDP)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정부나 언론에서 흔히 국가 규모를 비교하고, 경제성장률을 계산할 때 쓰는 지표인 GDP와는 다른 것이죠.

PPP 기준 GDP는 각국의 물가와 환율 등을 반영해 실제 소비 지출 능력을 기준으로 만든 지표입니다. 전 세계의 물가와 환율이 동등하다고 가정할 때(일물일가의 법칙)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비능력을 뜻합니다. 따라서 명목GDP가 드러내지 못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양과 물가수준까지 보여줄 수 있어, 국가별 소비능력과 실질적인 삶의 수준을 나타낼 때 유용합니다. 그래서 2016년 PPP 기준 GDP 1위가 미국이 아닌 중국입니다. 중국의 물가가 미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같은 돈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한국의 순위는 왜 떨어졌을까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PPP 기준 GDP 순위는 13위입니다. PwC 보고서는 한국은 2030년 14위, 2050년 18위까지 밀려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순위가 하락한 국가들이 문제가 있어서 떨어졌다는 분석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사 대상 32개 국가 중 2050년 순위 하락이 예상되는 국가들로는 일본(8위), 독일(9위)은 물론 캐나다(22위), 호주(28위)도 있습니다. 32위는 선진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입니다. 연평균 추정 경제성장률도 32개 국가 모두 플러스(+)를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치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 규모가 2042년에 지금의 2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PwC 보고서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겁니다. ‘국가별 성장속도가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소비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소비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구 증가 속도도 선진국보다 낫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거시경제 환경과 교육, 노동 등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부록에는 한국의 명목GDP 순위가 현재 11위에서 2050년 13위로 두 계단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담겨 있습니다. 205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8%로 조사대상 32개국 중 22위 수준입니다. 인구 증가율은 0%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성장률 둔화와 인구 구조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내수시장 위축과 소비여력 감소가 예상된다는 뜻입니다.

수년 전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1인당 소득이 세계 2위, 경제 규모는 세계 8위까지 올라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전제는 ‘통일’이었죠. 내수시장 확대로 역동성이 올라가고, 그 결과 잠재 성장력이 올라갈 수 있다는 예상이었습니다. 소비시장 확대, 인구증가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걸 되새겨야 할 시점입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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