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양종구]평창과 ‘최순실 게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혼란한 가운데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창으로선 최순실 스캔들이 터진 게 고마울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가 평창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조카 장시호 씨와 K스포츠재단을 통해 돈을 빼돌리려 했던 계획이 드러나지 않고 대회를 맞았다면 훨씬 큰 난관에 봉착했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평창은 더 좋은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당초 평창 겨울올림픽은 박 대통령이 대회 개막을 알리고 올 12월 대선에서 선출된 차기 대통령이 대회를 마무리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최 씨의 국정 농단으로 야기된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조기 대선을 치러 선출된 새로운 대통령이 모든 것을 총괄하게 된다. 신임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시작하고 처음 맞는 국제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잘 개최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민 통합을 이루려 할 것이다. 신임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그래서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사실 평창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대회 시설 등 하드웨어는 어떡하든 갖추겠지만 대회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회를 실질적으로 치러야 하는 인적 파워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을 치르는 데 필요한 최소 인원을 120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가 약 1500명, 2014년 소치가 약 2000명을 투입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조직위가 지난해 말부터 부족한 인원을 긴급 수혈하고 있지만 이제 900명을 넘겼다. 대회를 치를 때까지 1198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절대 숫자는 최소 인원에 맞춘다고 하지만 내용이 부실하다. 스포츠 이벤트를 치러봤던 민간의 전문가들이 절실한 상황인데 대부분 공무원으로 채워졌다. 현재 조직위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가 공무원이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자존심 강한 공무원들이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어떻게 일할지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하는 식이니 당분간 조직위 내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국제스포츠 이벤트 전문 고위 인사들을 배제하기도 했다.

조직위의 가장 큰 걱정은 부족한 재정이다. 올림픽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 아직 4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민간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대신 공무원들로 채운 이유도 돈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을 영입하기엔 비용이 너무 커 공무원들을 파견 받은 것이다. 지난해 9월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조직위가 스폰서십을 받기가 더 힘든 상황이 됐다.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평창이 남았다. 평창 관계자들은 탄핵 심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되기를 바라고 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박근혜#조기대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