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천장서 4억 뭉칫돈… 지부장 형은 ‘채용 브로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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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노조 간부들 ‘채용장사’에 납품 뒷돈까지
檢, 前지부장 포함 44명 기소
부사장 등 회사 임원들과 결탁… 5년간 123명 돈받고 합격시켜

지난해 5월 어느 날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김형근) 소속 ‘한국GM 채용·납품 비리’ 수사관들은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를 압수수색하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량 트렁크에서 현금 5000만 원을 발견한 데 이어 아파트 화장실 천장에서 4억 원의 뭉칫돈을 찾아낸 것이다. 이 집은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23대 정모 전 지부장(55)의 자택이었다.

검찰은 이 돈이 정 전 지부장이 2013∼2014년 노조원을 위한 생활용품 선물세트, 체육복 등의 납품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아 감춰 놓은 현금으로 확인했다. 그는 동생 명의의 차명 계좌로 체육복 업체로부터 1억5437만 원을 받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1차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2500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선물세트 납품 업체 등으로부터 모두 5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 전 지부장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 간부들도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챙겼다. 노조 직위를 이용해 ‘채용 장사’를 한 것이다.

한국GM지부 전 지부장인 이모 씨(51·구속 기소)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직 채용과 관련해 7명에게서 모두 1억3800만 원을 받았다. 생산직 직원이던 그의 친형(58·구속 기소)은 동생의 힘을 업고 2명에게서 1억300만 원을 받아 직원들 사이에서 ‘직원 채용 전문 브로커’로 불리기도 했다. 사무국장을 지낸 함모 씨(52) 역시 2013∼2016년 정규직 채용과 관련해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 9명에게서 3억3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노조 수석지부장을 지낸 최모 씨(44)도 2014년 7월 같은 방식으로 7500만 원을 받았다.

불법 채용을 대가로 ‘검은돈’을 받는 등 채용 브로커 역할을 한 노조 핵심 간부들은 노사부문 부사장 등 회사 임원들에게 채용 청탁을 했다.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 회사 임원들은 이들 노조 간부가 부탁한 ‘정규직 취업 대상자’의 학교 성적, 도급 업체 부서장 추천 점수, 군필 가산점, 면접 점수 등이 부족하면 성적을 조작해서 합격시켰다.

이처럼 ‘노조의 추천을 받으면 합격한다’는 소문이 돌자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이들 노조 간부와 인연을 맺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2015년 입사한 A 씨는 한국GM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외숙모에게 대출받은 돈 4300만 원을 노조 간부에게 전해 달라고 건넸다. 그러나 외숙모는 2000만 원만 전달하고 나머지를 본인이 챙겼다가 검찰에 적발돼 약식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7일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6회, 346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123명(35.5%)의 성적을 조작해 회사에 입사시키는 대가로 노조 간부들이 금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인천지검은 이날 업무방해, 배임수재, 배임증재 등 혐의로 한국GM 전 노조 지부장 및 노사부문 부사장 전모 씨 등 노조 핵심 간부와 회사 임원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2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한국gm#노조#채용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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