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과학이 보이는 CSI]달콤함은 같은데… 벌꿀과 설탕, 어떻게 구별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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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승아(가명)는 설날 엄마가 준비해준 가래떡과 꿀을 보자마자 입에 침이 돌았다. 한창 맛있게 꿀을 찍어 떡을 먹고 있는데 아빠는 “진짜 꿀이 아주 비싸서 가짜가 많았던 때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꿀은 자연에서 얻어지고, 채취하자마자 바로 쉽게 먹을 수 있어 동서양 할 것 없이 아주 오랫동안 귀하게 사용되었다고 하셨다. 꿀은 식용으로만 사용되지 않고 봉밀이라고 하여 피로 해소, 변비 등의 치료약으로도 쓰였다는 지식도 알려주셨다. 우리 선조들의 양봉 기술이 크게 발달해 백제시대에는 일본에 전수되었을 정도라는 대목에선 자부심이 느껴졌다.

아빠는 꿀 100g을 채집하려면 벌이 얼마나 많은 꽃을 찾아다녀야 하는지 아느냐고 질문 하셨다. 대답을 하지 못하자 아빠는 60여만 개의 꽃을 찾아다녀야 꿀 100g을 채집할 수 있다고 하셨다. 아빠는 꿀은 벌들이 먹이가 부족하거나 추울 때 먹기 위해 저장한 것으로 꽃의 종류에 따라 아카시아꿀, 잡화꿀, 밤꿀, 유채꿀 등으로 나뉘는데 종류에 따라 색과 맛이 다르다고 하셨다.

승아는 아빠가 술을 드시고 온 다음 날에는 엄마가 꿀물을 타 드리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아빠는 술을 깨기 위해 꿀물을 먹는 것은 꿀의 함유 성분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 주셨다. 꿀은 탄수화물이 78%가량인데 이 중 과당이 36∼45%, 포도당이 25∼36%이며 설탕과 덱스트린이 2∼3%, 수분이 17%이고, 0.2% 정도가 단백질과 무기질이란다. 비타민, 개미산, 사과산, 회분을 비롯해 비타민도 B1, B2, B6 엽산, 니아신 등이 있고 칼슘, 철, 구리, 망간, 인, 황 등의 무기질로 구성된다고 하셨다. 이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포도당과 과당이 단당류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 쉽게 흡수되어 바로 에너지로 변환돼 꿀물을 마시면 피로가 빨리 해소된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가짜 꿀은 어떤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아빠는 만약 꿀에 설탕을 넣으면 단맛은 나겠지만 그 성분은 설탕 그대로이기 때문에 벌꿀의 성분과는 다르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꿀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이집트 피라미드 발굴 시 3000년간 보존된 벌꿀이 발견된 것을 보면 벌꿀은 인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근세 제당공업이 발달하기 전까지 벌꿀은 민간에서 약용 또는 감미 영양품으로 귀하게 사용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까지 벌꿀은 아주 귀해 모든 사람이 맛보고 싶어 하는 귀한 것이었는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벌꿀을 더 많이 채취할 수 있는 개량벌이 도입되고 양봉업이 체계화되면서 벌꿀의 공급량이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해 가짜 꿀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초기에 가짜 꿀을 만드는 사람들은 꿀병의 아래쪽에 꿀과 색이 비슷한 물엿 등을 넣고,위에 꿀을 덮어 꿀로 위장하거나 꿀의 향을 가미해 판매했다고 한다. 1980년대에는 설탕이나 물엿을 꿀에 넣는 것이 많았고 1990년대 초반에는 벌꿀과 구별이 어려운 이성화당(포도당과 과당이 혼합된 액상의 감미료)을 벌꿀에 첨가하는 방법이 쓰였다고 하셨다. 최근에서는 꿀벌에게 설탕을 먹여 생산한 사양꿀을 천연꿀이라고 속여 파는 경우가 늘자 정부에서는 이름을 사양벌꿀에서 설탕사양벌꿀이라고 바꾸기로 했다는 설명도 해주셨다. 아빠의 설명에 의하면 사양벌꿀은 천연벌꿀과는 달리 꽃에서 채취되는 비타민류나 무기질 함량이 낮아 차이가 있다고 하셨다.

가짜꿀은 맛, 색, 점도 등으로 구별할 수 없고 육안으로도 좋은 꿀을 고르기는 어려워 구성 성분을 측정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 벌꿀 실험은 국가에서 정한 규격기준시험법에 의해 실시하는데 벌꿀이라고 하면 꿀벌들이 꽃꿀, 수액 등 자연물을 채집하여 벌집에 저장한 것을 모은 것으로 화분, 로열젤리, 당류, 감미료 등 다른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을 첨가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벌꿀의 기준은 전화당(과당+포도당) 60% 이상, 자당(설탕) 7% 이하, 수분 20% 이하, 물불용물 0.5% 이하, 이성화당 음성, 히록시메틸푸르푸랄 kg당 80.0mg 이하, 타르색소, 인공감미료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실험법은 물엿이나 다른 당류를 넣은 경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단당류 성분을 따로 분리 측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험 과정이 복잡해 시료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꿀의 주요 성분인 당류를 액체크로마토그래피로 분석해 단당류와 다른 당류 성분을 분리하는 방법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개발되었다. 또 천연꿀인지 사양꿀인지는 탄소동위원소 시험법을 활용해 구분한다. 즉, 꿀의 당 성분을 구성하는 탄소(C)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해 이 당 성분이 설탕을 분해해서 나온 것인지 꽃에서 유래된 것인지를 구별하여 판별하는 것이다.

○ 석청도 꿀인가요?

높은 산의 나무나 바위틈에서 채취되는 꿀을 석청이라고 하는데 강원도 설악산에서 채취되는 꿀은 왕실에 진상될 정도로 귀중하게 여겨졌다.

최근에는 석청이라고 하면 주로 히말라야 산맥 고산지대에서 채취한 것을 말하는데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벌이 모아 둔 꿀이기 때문에 벌꿀보다 향이 진하고 달지만 뒷맛은 씁쓸하다고 한다. 석청은 채취하기가 힘들고 비타민, 미네랄, 토코페롤 등의 함량이 높아 아주 귀하게 거래되지만 석청을 복용하고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독성 문제가 제기됐다. 해발 3000m 이상의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철쭉과 식물에는 독성물질인 그라야노톡신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꿀벌들이 이 독성 성분을 꿀에 옮겨 독성이 발생한 것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터키 등 다른 나라에서도 문제가 됐다.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원장·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꿀#석청#벌꿀#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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