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행 ‘출마 안개화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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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출마 입장 표명’ 질문에 “적당한 때가 있을것” 밝혀
‘전혀 생각없다’던 입장 달라져
새누리, 反文연대 구심점 기대… 문재인 “용납하기 힘든 일” 견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7일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일부터 국회를 방문한 황 권한대행이 나흘간 모두 25차례에 걸쳐 대선 출마 관련 질문 세례를 받은 끝에 내놓은 입장이다.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는 여운을 남긴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대선 관련 입장을 밝힐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를 띠며 이같이 말했다. 여전히 모호하긴 하지만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출마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황 권한대행의 태도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이날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계단을 오르던 황 권한대행은 경호원들이 길을 열기 위해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이자 부드러운 표정으로 “놔둬, 놔둬. 괜찮아”라고 경호원을 제지했다. 국회를 떠나며 차에 오르려던 그에게 한 기자가 ‘계속 권한대행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묻자 웃으며 기자의 팔을 가볍게 툭툭 치기도 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대선 구도를 흔들 유일한 대안으로 황 권한대행을 꼽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보수 진영의 진짜 대선 주자는 탄핵 선고가 난 뒤인 4월에 나올 것”이라며 “탄핵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면 대선 국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되면 이른바 ‘태극기 민심’이 결집하면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새누리당은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반(反)문재인 연대’가 결성될 수도 있다는 게 여권의 속내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지역민들이 (황 권한대행을) 메시아처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황 권한대행이 결국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탄핵심판 이전에는 ‘박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여론을 우려해 출마 선언이 어렵고, 탄핵안이 인용되면 현 정부의 상징적 인물로 지목돼 정권교체 프레임에 갇히는 이른바 ‘황교안의 딜레마’를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황 권한대행을 비판하며 견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채널A ‘외부자들’과의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나선다면 용납하기 힘든 일”이라며 “국정이 중단될 수 없으니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 건데 대선에 나서서 ‘권한대행의 대행’을 구해야 한다는 것은 체면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반문 연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먼저 바른정당이 연일 황 권한대행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이날 “총체적 난국을 관리해야 하는 황 권한대행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부정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 실패를 책임지고 현 국가 상황을 수습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대선에 나오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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