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 이민자 소재 슈퍼볼 광고에 트럼프 지지자들 발끈… 불매운동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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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민 조치 겨냥한 정치적 광고” 버드와이저측 “이미 몇달전 기획”
反트럼프 진영은 지지운동 맞불

미국 맥주회사 버드와이저가 5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 맞춰 선보인 TV 광고. 버드와이저의 독일
 출신 공동창업자가 1850년대 미국 이민 과정에서 핍박받는 이 장면은 반이민 정책을 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뜻을 담고 있다. TV 화면 캡처
미국 맥주회사 버드와이저가 5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 맞춰 선보인 TV 광고. 버드와이저의 독일 출신 공동창업자가 1850년대 미국 이민 과정에서 핍박받는 이 장면은 반이민 정책을 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뜻을 담고 있다. TV 화면 캡처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축제로 꼽히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서 초당 단가가 약 2억 원에 달하는 TV광고는 중요한 볼거리. 특히 올해 경기(5일)에선 ‘어느 광고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을까’가 관전 포인트였다. 이 중 유명한 맥주회사 버드와이저 광고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불매운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버드와이저는 독일 출신인 아돌푸스 부시 공동창업자의 미국 이민 이야기를 광고 소재로 삼았고 ‘우리의 꿈이 어떤 장애도 이겨낼 때 우리가 마시는 맥주는 바로 이것(버드와이저)’이라고 선전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광고 중에 부시가 1857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다른 공동창업자 에버하르트 안호이저와 만나는 과정에서 미국 현지인들로부터 “당신(같은 사람)은 여기선 필요 없어. 고향(독일)으로 돌아가라”고 공격받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대선공약 또는 행정명령을 비난하면서 불법 이민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정치적 의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버드와이저의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몰려가 ‘버드와이저 불매운동(#Boycott Budweiser)’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불법 이민자 옹호하는 버드와이저야말로 미국에 필요 없다” “30년 마셔 온 버드와이저, 영원히 안녕” 같은 글을 남기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에 버드와이저 측은 성명 등을 통해 “이번 광고는 이미 몇 달 전에 기획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전혀 상관없다. 공동창업자 부시의 야망과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표현한 것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너희들(버드와이저)이 이런 정치적 광고를 만들든, 그걸 통해 불법 이민자를 옹호하든 너희 권리다. 우리에게도 그런 버드와이저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일 권리가 있다. 이것이 미국이다”라며 거세게 맞서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반트럼프’ 세력은 ‘버드와이저 지지’ 운동에 나섰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미국은 원래 ‘이민자의 나라’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버드와이저를 불매할 생각이면 당신들 조상(이민자)에 대한 불매(거부)운동도 같이 벌여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숙박공유서비스업체인 에어비앤비, 코카콜라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맞서는 ‘슈퍼볼’ TV광고를 내보냈다. 에어비앤비는 서로 다른 인종과 성별, 연령의 인물을 연달아 등장시켜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누구를 사랑하고 섬기든 우리는 하나입니다.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세상은 더 아름답습니다’는 광고 문구를 방영했다. 마무리도 ‘우리는 받아들인다(#WeAccept)라는 해시태그였다. 코카콜라는 히잡을 쓴 무슬림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아름다운 미국’이란 노래를 부르는 화합의 메시지를 선보였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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