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에게 기대 말라”는 현대캐피탈의 속뜻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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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대니.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대니. 사진제공|현대캐피탈
대체 외국인선수를 뽑는 팀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배구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퇴출된 톤 밴 랭크벨트(33)를 대신할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현대캐피탈이 6일 공개한 ‘대안’은 크로아티아 출신 레프트 다니엘 갈리치(29·등록명 대니)였다.

눈여겨볼 지점은 대니를 뽑은 자체가 아니라, 현대캐피탈 내부의 기류다. “기대하지 말자”는 신중론이 지배하고 있다. 바깥은 “누가 와도 톤보다는 잘하지 않겠는가?”라고 경계하는데, 정작 내부는 최악의 상황을 뛰기도 전부터 대비하는 특이한 모양새다.

그 근거는 대니를 뽑은 현대캐피탈의 과정을 따라가면 짐작할 수 있다. 올스타브레이크 기간 ‘원정대’를 급파해 유럽과 남미 등 지구 한 바퀴를 돌며 현대캐피탈은 대체 외인 리스트를 만들었다.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측정한 4명을 그렇게 추렸다. 그러나 이들 모두의 영입이 불발됐다. 이 외인선수들을 보유한 팀들은 말도 안 되는 이적료를 요구하거나, 상도의에 어긋나는 짓을 일삼았다. 결국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현대캐피탈은 기존 안을 과감히 폐기하고, ‘보험용’으로 쥐고 있던 대니를 선택했다.

대니는 이전 소속팀에서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한 탓에 2개월간 배구를 쉬고 있었다.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고, 동기부여가 높은 이점이 있었으나 문제는 몸 상태였다. 당장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체력훈련조차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선수들과의 포메이션 적응도 미지수다.

현대캐피탈의 “기대하지 말라”는 말속에는 외인선수에게 매달리지 않고, 국내선수들로 버티겠다는 결연함도 배어 있다. 어떻게든 버텨 봄 배구까지만 가면 대니가 궤도에 진입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대니의 빠른 적응을 위해 동분서주한 현대캐피탈은 7일 취업비자를 완료했다. 이르면 9일 대한항공전에 대니가 투입될 길이 열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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