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 권한대행, ‘대권주자 놀음’에 구제역 방치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0시 00분


코멘트
3300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을 도살 처분한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들이닥쳤다. 5일 충북 보은 젖소농가와 6일 전북 정읍 한우농가에서 올해 처음으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12월 구제역 예방접종을 통해 평균 항체형성률이 소 97.5%, 돼지 75.7%라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실제로 정읍 농가의 소 20마리를 검사한 결과 단 1마리에서만 항체가 나왔다. 항체형성률이 5%에 불과하다니 농식품부가 국민을 속인 것과 다름없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처럼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이 걸려 치사율이 55%에 이르고 공기로도 감염되므로 사육농가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는다. 농식품부는 백신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사육농가에서 접종을 하지 않은 ‘모럴 해저드’가 있었던 것 같다는 주장이지만 농가와 축산단체에선 펄쩍 뛴다.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정부가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이미 백신을 맞힌 정읍과 보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해 전문가들은 백신 효능까지 의심하는 실정이다. ‘물백신’ 논란이 일어났던 2014∼2015년 구제역 파동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지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AI 발생 때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생매장한 닭, 오리가 1000만 마리를 넘자 뒤늦게 원점에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신년기자회견 때는 AI 확산에 “송구하다”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AI나 구제역과의 싸움은 전쟁처럼 속전속결로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2000년 구제역 때 김대중 대통령은 오전 2시에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며 군 투입을 지시했다. 오전 4시부터 병력이 방역과 도살 처분에 나서 조기 차단한 바 있다.

정작 중요한 대통령 대행 역할에는 소홀하면서 황 권한대행은 어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출마 여부를 밝힐)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이렇게 황 대행이 모호한 태도로 출마를 저울질하는 사이 구제역도 AI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황 대행은 대권주자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것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위기 대응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조류인플루엔자#물백신#구제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