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의 힘… 신한은행 차기행장 위성호 낙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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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추천위-주총 거쳐 취임

7일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그는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친 뒤 2년간 신한은행을 이끌 예정이다. 신한카드 제공
7일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그는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친 뒤 2년간 신한은행을 이끌 예정이다. 신한카드 제공
신한금융그룹이 ‘조용병 회장-위성호 행장’ 시대를 열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59)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 차기 행장에 내정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7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조용병 행장의 바통을 이을 새 행장에 위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위 내정자는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행장에 취임한다. 임기는 2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탄탄한 성과와 풍부한 경험이 강점인 위 내정자는 줄곧 유력 행장 후보로 꼽혔다.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한동우 회장과 조 내정자의 경영 철학이 부합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입행한 위 내정자는 강남PB센터장과 PB사업부장을 맡으며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금융 복합 점포인 ‘신한 PWM’을 만드는 등 현재 신한금융의 자산관리 서비스 기틀을 다졌다.

현재의 신한금융을 만든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의 주역으로도 활동했다.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일하며 조흥은행 인수와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통합 후 두 은행의 자산운용 부문을 합쳐 BNP파리바도 탄생시켰다. LG카드 인수와 통합 역시 위 내정자의 손을 거쳤다.

2013년 8월 신한카드 대표를 맡은 뒤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고 그룹에서 비은행 부문의 수익을 키우는 등 신한카드의 외형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카드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빅데이터 마케팅’의 기반을 다진 것도 위 내정자다.

회장 선출 과정이 물 흐르듯이 진행된 것과 비교해 이번 행장 선택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달 초 한 시민단체가 신한사태 때 지주 부사장으로 일했던 위 내정자가 라응찬 전 그룹 회장을 돕기 위해 위증을 했다며 고발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야당도 선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자경위는 이에 대해 “내부 준법감시인을 통해 자세히 살펴본 뒤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위 행장’ 체제의 안정성이 앞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 내정자와 위 내정자는 2015년 신한은행장, 지난달 신한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한 라이벌 관계였다. 위 내정자는 회장 후보로 경합을 벌이다가 “선배를 돕겠다”며 막판에 사퇴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두 경영자의 협력과 신뢰 관계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 내정자가 모든 은행이 안고 있는 ‘미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은행들이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저금리,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점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당장 맞수인 KB국민은행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1∼9월) 신한은행의 누적순익은 1조5110억 원으로 국민은행(1조1650억 원)보다 많다. 하지만 개인 고객 수는 국민은행이 지난해 3000만 명을 넘어 신한은행(2450만 명)과 격차를 벌렸다.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카드사를 경영했던 위 내정자의 경험이 은행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화에 보수적인 은행권과 다르게 카드업계에서는 일찌감치 핀테크(금융기술) 등의 기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옷을 은행에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신한은행#차기행장#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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