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함께 국내외적으로 고립? ‘메이 수난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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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이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로를 ‘로니’(레이건 애칭)와 ‘매기’(대처 애칭)로 불렀던 1980년대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 때처럼 친근하게 지내고 싶다며 호감을 보일 때만 해도 메이는 ‘회심의 카드’를 찾은 듯했다.

실제 트럼프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도 영국 몫으로 돌아오자, 메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고립의 돌파구를 찾았다고 여겼고 자신만만하게 EU 단일시장 탈퇴도 예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트럼프와 함께 국내외적으로 고립되는 모양새다.

메이는 답방 형식으로 올해 상반기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반(反)이민 행정명령, 멕시코 장벽 강행 등 지나친 보호주의 행보를 보이자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6일(현지 시간) “트럼프 방문 때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버커우 의장은 “의회 연설은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권한이 아닌 획득하는 명예”라고 말했지만 실제 의회 연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할 정도로 일반적이다.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취소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이 2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트럼프로서는 심기가 불편한 일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메이 정부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트럼프의 영국 방문 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만남을 미끼로 삼았던 것이 드러나면서 버킹엄궁마저 곤란해 하는 분위기다.

메이는 지난 주말 몰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이 미국과 유럽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가 “영국이 유럽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프랑스 대통령), “미국과는 트위터로 소통하면 되니 가교는 필요하지 않다”(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다른 유럽 정상들로부터 싸늘하게 외면당했다.

메이의 중동정책도 스텝이 꼬이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버락 오바마 정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발맞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 이란의 핵협상 합의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친(親)이스라엘, 반이란 정책으로 회귀하면서 영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 눈치 때문에 지난달 전 세계 70개국이 참여한 중동 2국가 해법 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가 국내서 따가운 비판을 받았고 그 틈을 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나섰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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