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철, 2년전 런던 악기상 들러 30분간 기타연주실력 뽐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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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은 며칠 동안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평양과 정치 이야기는 거의 안했다. 오로지 그의 관심은 기타와 음악뿐이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56)는 3일 로이터통신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5월 영국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보려 런던을 찾았던 김정은의 형 김정철(36)과의 뒷얘기를 털어놨다. 태 전 공사는 당시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어 서열 2위였지만 직접 공연표를 알아보고 쇼핑에 동행하며 최근 거리에서 김정철을 수행했다.

“하루는 갑자기 평양 노동당중앙위원회로부터 ‘매우 중요한 e메일이 전달 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서방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일회용 메일 주소’로 메일 한통이 와 있었다.”

메일의 내용은 수수께끼 같았다.

‘알버트 홀(Albert Hall)로 가서 티켓 네 장을 살 것.’

태 전 공사는 런던의 유명 공연장인 로열 알버트 홀의 공연 일정을 인터넷 검색하다가 ‘에릭 클랩턴의 70번째 생일 기념 공연’란 타이틀을 보고는 바로 김정철이 온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김정철 말고는 이 공연을 보러 런던까지 올 북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태 전 공사는 곁에서 지켜본 김정철의 인상을 “매우 자유로웠고, 예의바른 보통의 젊은이”라고 표현했다. 클랩톤의 광팬으로 알려진 김정철은 수준급 기타 실력도 갖고 있었다. 당시 런던행에 동행한 모란봉악단의 기타리스트 여성(강평희로 추정)과 정기적으로 즉흥 기타 연주를 펼쳤다고도 했다. 태 전 공사는 “여자 친구는 아니였다”고 덧붙였다.

김정철은 런던의 유명한 악기거리인 ‘덴마크 거리’에 찾아가 페달보드와 믹서 등 전자기타 용품들을 구매했다. 한 매장에서 30분간 즉흥 연주를 펼치기도 했는데, 수준급 실력에 매장 직원들이 놀랄 정도였다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이름의 뭐냐” “무슨 브랜드(기타)를 갖고 있냐”며 관심을 보이며 물었지만 김정철은 말없이 그저 미소만 지었다는 것이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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