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상징 붙이고 유대인예배당 공격… 美 ‘극우 광풍’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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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카고 등 혐오범죄 잇달아… 지하철에 “무슬림 파괴하라” 낙서
고교졸업생들 “하일 트럼프” 사진도… 진보 좌파진영도 점점 과격 대응
“서로 증오하며 폭력… 악순환 조짐”

나치문양… 나치경례… 4일 미국 뉴욕 지하철 열차 안에 설치된 안내 지도판 위에 나치 독일의 상징 
문양인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유대인 학살을 연상시키는 ‘유대인은 (뜨거운) 오븐 안에 산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31일 텍사스 주의 한 고교 졸업식에선 남학생들이 단체사진 촬영 도중 나치 경례 포즈를 취해 물의를 일으켰다(오른쪽 
사진). 페이스북·트위터 캡처
나치문양… 나치경례… 4일 미국 뉴욕 지하철 열차 안에 설치된 안내 지도판 위에 나치 독일의 상징 문양인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유대인 학살을 연상시키는 ‘유대인은 (뜨거운) 오븐 안에 산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31일 텍사스 주의 한 고교 졸업식에선 남학생들이 단체사진 촬영 도중 나치 경례 포즈를 취해 물의를 일으켰다(오른쪽 사진). 페이스북·트위터 캡처

소외된 유권자의 분노를 대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서 극우 세력의 혐오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는 좌파 세력의 저항도 폭력화 양상을 띠고 있다. 서로 미워하면서 닮아가는 악순환의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미국 뉴욕, 일리노이 시카고, 텍사스 휴스턴 등 대도시에선 독일 나치의 상징 문양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갈고리 십자가)’를 공공장소에 붙이고 기물을 파손하는 증오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5일 CNN이 보도했다.

시카고 경찰국은 4일 한 괴한이 도심에 있는 유대인 예배당의 유리창을 깬 뒤 건물에 나치 문양을 붙이고 달아나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하고 용의자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 괴한은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나타났으며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명백한 반(反)유대주의, 인종차별 범죄”라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3일 밤에는 휴스턴의 라이스대에서 이 대학 설립자인 윌리엄 라이스 동상이 일부 파괴되고 ‘트럼프’라는 글자와 함께 나치 심벌을 그려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동상 받침대에는 나치 문양과 함께 해독할 수 없는 문자가 쓰여 있었다. 라이스대에는 유대인 학생들이 많이 다닌다. 대학 당국은 “올해 들어서만 이런 인종주의적 기물파괴 범죄가 세 번째”라며 “우리는 늘 그들(증오범죄자)보다 더 현명하고, 더 결연하다. 그들은 우리에 비해 늘 소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 시에서는 4일 밤 지하철 1호선의 열차 유리창과 광고판, 일부 역의 뉴욕 안내 지도 등 수십 군데에 ‘무슬림을 파괴하라,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 ‘유대인은 (뜨거운) 오븐 안에 산다’ 같은 인종차별적 문구와 나치 문양이 그려진 것이 발견됐다. 그레고리 로크 변호사(27) 등 지하철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손세정제를 이용해 이를 모두 지웠고, 이 사연은 로크 변호사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딸인 첼시 클린턴은 5일 “손세정제를 들고 다녀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농담과 함께 “우리는 증오가 승리하게 놔둬선 안 된다”고 호응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도 “그처럼 증오를 사랑으로 바꾸는 것이 뉴요커들의 임무”라며 “이번 일은 미국 전체와 세계에 우리 뉴욕의 (사랑)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엔 미국 텍사스 주의 한 고교에서 졸업생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중에 약 70명의 남학생이 오른팔을 앞으로 올려 나치 경례 포즈를 취하면서 “하일 히틀러, 하일 트럼프”를 외치는 일도 발생했다. 해당 학생들은 “장난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학교와 교육청은 “철저히 조사해 징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라고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1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무정부주의자들이 반트럼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1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무정부주의자들이 반트럼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국 내 이런 극우 범죄나 행태에 맞서는 진보 좌파 진영의 시위도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대통령 취임식 때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는 세력들의 반(反)트럼프 시위와 이달 1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극우 매체 브레이크바트 수석 편집자 연설 반대 시위 등에는 기물을 파괴하고 방화하는 폭력 행위가 벌어졌다.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 무정부주의 세력은 ‘이건 전쟁이다(This is War)’란 시위 슬로건을 내걸고 “트럼프의 극우 파시즘을 막기 위해선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나치#유대인#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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