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특검 도우미’된 교수 출신 3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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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 추가제출로 새 활로
김종덕-김종, 우병우 월권 진술… 일각 “학자적 양심” 靑선 “배신자”

“교수가 귀인(貴人)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고받는 얘기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의 주요 고비마다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진술을 한 게 교수 또는 교수 출신 관료나 청와대 참모라는 의미다. 특히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은 여러 차례 검찰과 특검 수사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과 함께 가장 믿는 청와대 참모였지만, 안 전 수석은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진 내밀한 일들을 소상하게 진술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꼼꼼하게 받아 적은 수첩 56권은 이번 사건에서 정호성 전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과 함께 가장 중요한 증거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설 연휴 직전, 안 전 수석의 측근 A 씨가 청와대 경내에 보관하다가 특검에 임의 제출한 안 전 수석의 수첩 39권은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등을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에 압수된 17권의 수첩을 더해 총 56권의 수첩에 적힌 내용은 안 전 수석이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서 근무를 시작한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 구속 직전까지 2년 5개월 동안 일련번호를 매겨가며 기록한 것이다. 특검 내부에선 일종의 ‘사초(史草)’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게다가 안 전 수석은 수첩의 기록과 관련된 실제 상황을 기억해 진술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 수사의 핵심 증인은 교수 출신인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전 장관(60·구속 기소)과 김종 전 2차관(56·구속 기소)이다. 우 전 수석은 문체부 공무원들을 부당하게 좌천시킨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과 김 전 차관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 특혜 의혹 수사가 특검의 다른 수사에 비해 비교적 빨리 마무리된 점도 주 수사 대상인 교수들이 쉽게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특별수사통 간부는 “교수들은 수사 초반 명예가 더럽혀질까 봐 걱정하며 버티다가 자신의 주장을 뒤집는 증거를 보게 되면 쉽게 허물어진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학자 특유의 양심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후회가 겹치면서 자백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청와대에서는 “궁지에 몰렸다고 그렇게 쉽게 털어놓고 배신할 줄은 몰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안종범#수첩#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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